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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06. 2020

꿀잠 꿀독서

2020.7.6.월

빵이(손녀의 애칭)네 왔다. 세 시간여 버스를 타고 오면서 강수돌 교수가 쓴 《팔꿈치 사회》를 읽었는데 아기를 재우고 나서 마저 읽고 있는 중이다.


책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사유와 노동의 이분법,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 경제와 사회의 이분법을 과감히 넘어가는 길의 입구는 어디 있을까?, 라며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 이분법에 걸려서 나도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게 아닌가?

그저 손녀가 피붙이라 예쁘고 보고싶기만 해서 온 게 아니다. 아들 내외가 맞벌이니 아기도 덩달아 7시30분에 어린이집엘 가야한다. 겨우 19개월 된 아기다.

며느리는 월급도 많고 육아 때문에 일주일에 사흘만 회사에 나가니 그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한다.

나는 엄마 아빠 둘 중 한 사람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젊은이의 삶을 내 마음대로 재단할 수는 없는 터.

할 수 없이 일주일만이라도 내가 시간을 봐가며 아기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등원 훈련을 해보겠다고 온 것이다.

그런데 아기는 사흘 가고 몸살이 나서 오늘은 일찍 왔단다.


강수돌 교수는 이분법을 뛰어넘는 출발점은 우리 마음 속의 사다리 질서부터 걷어내는 일이라고 한다.

무한 경쟁에 내몰려 기계처럼 일하면서 더 좋은 자동차, 더 너른 아파트, 그것을 갖기 위해선 발판으로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쪽집게과외, 그럴려면 더 많은 돈.

불의와 편법을 쓰지 않고는 더  많은 돈을 빠른 시간에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결국 약자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이란 헛된 구호이고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자주,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고 묻곤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바쁘기만 하다면 그건 주객이 전도 된 삶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나를 가끔은 현실감 없는 아줌마로 매도 한다. 물론 아줌마이긴 하지만...


내가 아기를 데리고 있는 동안 오늘 출근하지 않는 며느리는 잠깐 눈을 붙이는 것 같더니 중국어 회화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무엇이 우리 빵이를,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인지 이쯤에서, 물론 늦은감이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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