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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05. 2020

앞에 놓인 열다섯 끼 반찬 만들기

2020.7.5.일

휴일 오후 3시. 내 방 창문 앞 데크에서 아사오 하루미의 『3시의 나』을 읽는다. 산문을 다시 쓰기로 작정하면서 몇 가지 꼭지를 정해야 했는데 <아무튼, 3시>를 쓸 힌트를 얻은 책이다. 짧은 글과 그림으로 3시의 풍경을 묘사했다. 잘 읽힌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개인의 삶이 보편의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 갑자기 빵이네(내가 부르는 손녀의 애칭이다. 가족들은 태명인 대빵이로 부른다) 가기로 해서 할 일이 많다. 아직 현역에 있지만 삼식이인 남편의 열다섯 끼 반찬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지난여름 코카서스 지방을 열흘 동안 여행을 하면서 학창시절 지리시간에나 배웠던 곳을 직접 발로 밟으리라는 감격보다 서른 끼 끼니에서 놓여난 해방감이 더 컸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다섯 시까지는 이렇게 빈둥거리다가 집중해서 요리를 할 참이다. 얼갈이배추 열무물김치는 어제 오전에, 닭백숙과 갈비탕은 어제 저녁에, 김치찌개는 점심 때 미리 해두었다. 멸치꽈리고추 볶음, 두부부침, 미역국, 카레는 해야 될 요리들이다.


택배로 도착한 책들은 아직 작가 후기도 읽어보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놓여있다.

울고 싶은 마음을 살살 달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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