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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22. 2020

방구석 영화관

2020.7.22.수

하루종일 내리는 비.

아들네가 휴가를 집으로 오겠대서 그러라고 하고 며칠동안 장을 봐 날랐다. 어제까지 이불 빨래도 마쳐서 오늘은 느긋하다.

점심으로 수제비를 끓여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느와르 미스터리 <스펠바운드>를 보았다. 1945년도 작품이니 내가 태어나기 휠씬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그레고리 팩과 잉그리드 버그만이 우리 아이들보다 더 젊다. 요즈음은 머리 쓰고 싶지 않아서 주로 로맨틱 코미디를 즐겨보는데 오늘은 스토리가 있고 긴장감있는 영화를 택했다.


아주 오래전 <형사 콜롬보>를 즐겨보았고 한 때 미드를 섭렵했다. 그런데 즐겨보던 수사물 미드는 거친 장면의 잔상이 머리속에 오래 남아서 그만 끊었다.

소싯적엔 영화광이었다. 오빠의 꿈이 영화감독이었고 아버지를 따라 한글도 떼기전에 극장부터 다녔으니 영화로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다.


지금은 오늘처럼 이렇게 온전히 몇 시간이 날 때 혼자서 영화를 본다.

흘러간 명화라고 이름 붙여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인생을 생각한다. 물론 내 생애에는 영화의 제목처럼 마법에 걸린듯 화려한 사랑은 없었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싶다. 영화를 통해서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본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이 내 삶과 오버랩 되면서 인생은 그런거야,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흘러가는 거야, 라고 다독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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