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숙 Jul 24. 2020

오늘은, 흐림

2020.7.24.금

손주 얼굴보려나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어제 밤, 아기가 아파서 못 온다는 연락이 왔다.

일 년 반 동안 예방접종할 때 외엔 병원을 몰랐는데,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다고 좋아했는데 어른 여섯 명이서 아기 마음 하나 읽지 못했나보다.

잘 가던 어린이집에서 하루는 고간 뽀로로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단다. 낯선 곳에서 그나마 익숙하고 눈에 익은 것을 놓고 싶지 않았나보다. 마음이 에인다.

오전에 카페에서 잠시 시조공부에 집중하려 했으나 심난한 마음에 계획했던 분량의 반도 못 뗐다.

머리에 꽂아주려고 사두었던 머리핀이 자꾸 눈에 밟혀 치워두었다. 베개도, 옷도 주인을 만나려면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듯.

하릴없이 다시 폭풍 집안일.

냉동실을 뒤집고 정리해도 시간이 헐렁하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갔다. 부지런히 읽어서 반납일이 6일이나 남았지만 나처럼 예약해두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듯 싶어서이다. 간김에 다시 네 권 대출. 휴가 전까지 읽을 셈이다.

집앞 개울이 어제밤 폭우 수준으로 내리 비 탓에 흙탕물이다.

흐린 내 마음 같다.
그러나 저 물도, 내 마음도 고요히 둬 두면 스스로 가라앉는다.
조바심 내지 말 것! 주문을 건다, 얍!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절의 민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