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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29. 2020

기록은 힘이 세다

2020.7.29.수

책을 읽다보니 이런 구절이 나왔다. '사회가 힘이 셀수록 개인이 자기자신으로 사는 사적 자유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힘이 셀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가만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는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오늘 아침에 읽은 구절인데 지금 나의 심경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내년쯤에 시조집을 내려고 준비하며 두어 달 기다려온 일이 잘 되지 않았다. 힘은 약자를 위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신진 작가를 위한 기회라고 하지만 두껑을 열고보면 '신진'들은 뒤로 밀리기가 일쑤다.

그 와중에 아침에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와서 아기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아파서 밤에 응급실까지 갔다고 했다.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 아기가 있는 병원까지 가는데 세 시간이 걸렸단다. 많이 놀랬는지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옮기고, 형편이 되면 집 근처에 다닐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내가 시시콜콜 일상을 기록하고 사진을 남기는 것은 시간의 물결에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 어수선한 상황을 쓰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오늘의 기록은 내일을 읽을 수 있는 독해력을 기르기 위한 일이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으로 남겨두면 훗날 다시 혼란한 상황에 섰을 때 지표가 된다.


무거운 마음으로 외출을 했다. 지인을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창밖은 비 안개로 온통 흐리다.


언젠가 여행 중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전 비행기 위에서는 빛나는 햇살과 아래로는 뭉게 구름의 바다였다.

폭풍우 속에서 이 장면을 오래 기억하리라 마음 먹었다.

믿음이란, 살아가는 힘이란 폭풍우 저 너머에 있는 빛나는 햇살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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