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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ul 28. 2020

숙제ing

2020.7.28.화


오늘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시조공부 가는 날이다. 이미 등단을 해서 시조시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간다. 함께 가면 멀리  가고 오래 갈 수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물론 지도하시는 스승님도 계신다. 열다섯 명이나 되어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텐데 우리는 좋은 팀워크로 잘 굴러간다.


수업에 가려면 쓴 시조를 들고 가야한다. 물론 그냥 왔대서 손 들고 구석에 서 있거나, 운동장을 다섯 바퀴를 돌아야 하거나, 하다못해 그날 찻값을 내야하는 일도 없다.

도리어 회원들이 들어오면서 오늘은 숙제 안해왔어요, 큰소리 친다. 그러니 갈구지 마라는 거다(농담!). 여튼 분위기는 자유롭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말 열심히들 한다.


열흘동안 헐렁거리다가 그저께부터 들여다보아도 그놈의 시조는 '나 잡아 봐라!'한다.

아침 먹는 남편에게 하소연 했더니 오늘 점심은 감자로 떼우자고 한다. 점심 차리는 시간에 숙제하라고 선심 쓴다는 말이다. 건너 뛰자거나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 아니고.


오전내내 낑낑거리다 두 편 완성.

연초에 나 스스로 결심을 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빈손으로 가지말자, 라고.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르지만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세 편은 써서 갔다. 그중 살아남을 시조도 있을거고 그냥 숙제로서 임무를 다한 시조도 있을 터이다. 내 파일에 저장된 시조는 그렇게 한두 편씩 쌓인 것이다.


좀 쉬다가 저녁준비. 메인은 비도 오고 하니 김치찌개다.

거의 집에만 있는 나는 - 코로나 때문에 외부일이 없어졌다 - 그날이 그날 같아서 많이 우울했다.

그러나 사진으로 남기고 글을 써보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오히려 내일 3시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오늘 3시의 풍경 끝!

숙제하는 아줌마가 차린 오늘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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