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46-52장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라 배웠지만, 내가 만난 하나님은 지독할 정도로 편파적인 분이었다.
내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 돌아올 때 부모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따끔하게 혼을 내다가도, 아이의 풀 죽은 뒷모습을 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비록 잘못은 미워도 내 새끼가 남에게 상처 입는 꼴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부모는 아이를 다그치면서도, 동시에 아이를 해치려는 것들로부터 방패가 되어준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지독하고도 눈먼 ‘편애’가 바로 사랑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예레미야의 긴 대장정을 마치며 내가 만난 하나님도 바로 그런 ‘부모의 마음’을 가진 분이었다.
이야기는 이집트를 향한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말씀이 선포된 시점이 묘하다. 예루살렘이 함락되기 훨씬 전인 '여호야김 4년'이다. 아직 아이가 크게 사고를 치기도 전인데, 부모는 이미 아이가 엇나갈 것을 알고 그 아이를 지킬 계획부터 세우고 계셨던 셈이다. 매를 들기도 전에 이미 치료약부터 준비해 두신 부모의 고집스러운 사랑. 아이가 길을 잃기도 전에 돌아올 지도를 그려두시는 그 마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내 새끼를 괴롭히고 소중한 것을 빼앗던 나라들을 향해 거침없이 팔을 휘두르신다. 블레셋, 모압, 암몬, 에돔, 그리고 거대 제국 바벨론까지. 이들의 호소에 반응하시어 바벨론을 무너뜨리시는 하나님의 손길은, 차라리 당신의 자녀를 향한 '지독한 편애'에 가깝다.
51장에 이르러 하나님은 목소리를 높이신다. "너희는 버림받지 않았다. 이제 그곳에서 탈출하여라!" 우리가 잘나서 구원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이름과 약속을 위해 스스로 '우리의 옳음'이 되어 주셨고, 무너진 우리를 대신해 싸워 이기셨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그 크신 팔이 펼쳐진 품 안에서조차, 자꾸만 하나님 외에 다른 것들을 기웃거리며 사랑하곤 한다.
부모의 사랑은 때로 지독한 짝사랑을 닮았다. 세상에 부모밖에 없는 줄 알던 아이도 자라가면서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진다. 세상의 화려함에 눈을 뺏기고, 내 힘으로 만든 안전한 곳이 더 달콤해 보여서 부모의 손을 놓아버린다. 자녀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결코 변하는 법이 없다. 아니, 오히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부모의 사랑은 더 애틋하고 절절해질 뿐이다.
하나님이 진정으로 원하신 것은 단 하나였다. "네가 어떤 짓을 해도 나는 네 부모라는 사실을 절대 취소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 영원한 관계 속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였다.
예레미야서의 마지막 52장은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비극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절망의 끝자락에 하나님은 작은 희망의 씨앗 하나를 심어두셨다. 바로 3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여호야긴 왕이 다시 일어나는 장면이다. 죄수의 옷을 벗고 왕의 식탁에서 함께 먹게 된 그의 모습은,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폐허 위에서도 하나님의 자비로운 계획은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자격 없는 자를 왕의 식탁으로 초대하시는 그 압도적인 편애 앞에, 나는 오늘 다시 무너진다.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그 지독한 사랑이, 두려움에 쫓겨 방황하던 나를 비로소 고요한 아버지의 품으로 이끈다.
이제 나는 그 품 안에서 새로운 결단을 한다. 나를 향한 그 멈추지 않는 짝사랑에 응답하여, 이제는 결코 깨지지 않을 약속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다시는 그 손을 놓지 않기로, 어떤 순간에도 당신 곁을 떠나지 않기로 다짐하며 나를 먼저 사랑하신 그분과 온전히 하나 되기를 소망한다.
나의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눈물 골짜기 같은 이 땅 가운데서도 이미 시작된 천국을 살아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것이 나를 향한 아버지의 가장 큰 기쁨임을 알기에, 오늘 나는 그분과 함께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늘 네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내 눈치를 보며 멀찍이 서 있었지.
하지만 내 눈에 비친 너는 혼내야 할 대상이기 전에,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은 내 소중한 아이였단다.
세상은 네가 실패했다고 등을 돌릴지 몰라도,
나는 너를 해치려는 것들로부터 너의 방패가 되어 줄 거야.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겠지만,
자식을 향한 이 지독하고 눈먼 사랑에는 원래 이유가 없단다.
그저 내가 너를 '편애'하기 때문이지.
그러니 이제 그만 고개를 들고 내가 차려놓은 식탁으로 나오렴.
네가 잘나서 부른 자리가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해서 비워둔 자리란다.
네 마음은 수시로 변하고 나를 잊기도 하겠지만,
너를 향한 나의 고집스러운 짝사랑은 결코 멈추지 않을 거야.
오늘도 나는 너와 함께 먹고 자며, 너와 온전히 하나 되기를 기다린단다.
그저 내 품 안에서 평안하렴.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기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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