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골짜기를 지나 에스겔의 소망으로 이어지는 길
예레미야의 긴 대장정을 마치며, 저는 다시 예레미야 애가의 첫 장을 폅니다. 52장의 장엄한 비극이 끝난 자리에는 화려한 궁궐도, 견고한 성벽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직 타버린 잿더미와 멈추지 않는 눈물뿐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폐허의 먼지 위에서 예레미야는 일생 중 가장 찬란한 노래를 부릅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애 3:22-23)"
이번 묵상의 여정은 저에게 '나'라는 우상이 깨어지는 아픈 축복이었습니다. 백향목 궁궐을 지으며 남과 경쟁하려 했던 나의 유능한 열심이 얼마나 지독한 배신이었는지, 내 고집으로 꺾어버린 나무 멍에가 사실은 나를 보호하던 가장 안전한 울타리였음을 이제야 낮은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사실 1년 3독을 목표로 성경을 통독하며 써 내려갔던 이 기록들을 연재하기로 했을 때, 이미 써 놓은 글들이 있으니 그저 발행 버튼만 누르면 되는 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오판이었습니다.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말씀을 제 삶으로 다시 통과시키며 고쳐 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매 순간이 치열한 영적 씨름이었습니다. 매일 연재를 이어가는 일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질 만큼 치열했던 것은, 이 글이 제 지식이 아니라 그때그때 조명하여 주신 마음들을 정직하게 옮겨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고단한 여정에 힘이 되어준 것은 독자님들의 따뜻한 반응이었습니다. 묵상 에세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뜨는 브런치북 19위'라는 과분한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저 또한 이 11화의 대장정을 끝까지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예레미야의 눈물 끝에 남은 것은 '하나님의 지독한 편애'였습니다. 자격 없는 자를 왕의 식탁으로 부르시는 그 고집스러운 사랑이, 방황하던 저를 비로소 고요한 아버지의 품으로 이끌었습니다. 성벽은 무너졌으나 우리를 향한 그분의 성실하심은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음을, 저는 이 눈물 골짜기 끝자락에서 확인합니다.
나의 예레미야 대장정은 여기서 멈추지만, 저를 향한 그분의 신실한 사랑은 내일 아침에도 새로운 빛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쉼 없이 곧바로 다음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사명'이라는 주제로 이어질 《사유하는 에스겔 말씀 묵상 에세이》를 통해, 마른 뼈가 살아나는 소망의 현장에서 다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리즈는 일주일에 3회 연재로 조금 더 호흡을 가다듬어 찾아뵙겠습니다.
부족한 기록이지만 여러분의 보관소에 저장해 두시고, 삶의 폐허 위에서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를 먼저 사랑하신 그분과 온전히 연합된 자로, 오늘도 그분과 함께 소망의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유하는 조각 이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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