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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Apr 10. 2023

Singing in the rain




#1  토독토독.

네모난 하늘에 비가 내립니다.

빗방울이 내부를 향해 노크를 합니다. 달리는 자동차 위로 노크 치고 정중하지는 않은 빗줄기들이 이어져 내립니다. 낮게 드리워진 잿빛구름은 빼꼼히 차 안을 들여다보다 아이의 초롱한 눈과 마주칩니다. 불현듯 금색의 햇빛이 드러나다 사라집니다.



#2  뽀득뽀득.

아이의 눈이 닿지 않아도, 비는 계속 이어집니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에 달라붙은 방울들. 와이퍼가 주기적으로 파편들을 쓸고 아이의 눈 밖으로 사라집니다. 주인이 내리고 와이퍼가 꺼진 창밖은 결국 매끈한 표면을 이룹니다. 녹진하게 채색된 왜곡된 나무들은 빈 극장에서 조용히 가지를 움직입니다.



#3  추적추적.

엄마는 비 오는 날 그런 소리를 내며 제법 산뜻하게 걸었습니다.

엄마는 비 오는 날, 악기 대신 빗소릴 들으며 차와 습해진 대기의 향을 섞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유리처럼 반짝이고도 유리처럼 잘 깨지는 젊은 날의 초상. 엄마의 마음은 유리를 닮아 창에 비치는 추억들을 그대로 투영해 버리곤 했습니다.

잘 깨지기엔 아이를 지켜야 하는 그녀. 그녀의 강우도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4  후두두두.

그녀의 비는 아이의 뜀박질에 점점 거세어져 갑니다.

앉아서 차를 마시던 그녀는 비 오는날이면, 아이를 데리고 수목원에 왔습니다.

크기가 다른 두 우비가 젖은 나무 사이를 들어옵니다. 퍽퍽하던 대지가 축축해지고, 먼지를 씻고 푸르러진 나무가 뛰어오는 작은 장화를 향해 두 팔을 벌립니다. 아이는 첨벙첨벙 걸으며 나무처럼 두 팔을 폅니다. 싱그러운 이파리가 팔 주위에 겹쳐 날개가 되는 걸, 엄마는 멀리서 혼자 바라봅니다.

아이가 생겨도 유리 같은 마음이나, 아이가 없었다면 장화를 신고 빗속을 함께 걸어봤을까요. 창문을 거치지 않은 오늘에서야 빗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5  포르르르. 다시,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가 날아오르며, 잿빛구름을 높게 높게 걷어냅니다. 자유로이 날갯짓을 하며 세상을 조감하는 새... 낮잠을 자는 아이 옆에서 장화와 비옷을 말리는 엄마를 바라봅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샛노란 천 옆에서 그녀는 말 그대로 평화를 찾았습니다. 물기묻은 비둘기는 상투적인 마음이라도, 이파리를 물고 하늘을 몇 바퀴 돌다 구름을 향해 조금씩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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