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마중하러 간 비가 마침내 가을 향기를 몰고 돌아온다. 애지중지하던 꽃들도 추억과 함께 유리창으로 흘러내린다. 마구 녹아내리는 풍경 사이로 주황색 저녁노을이 조용히 번진다.
어디 밤하늘에만 별이 있을까나
밝은 하늘 아래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세상에서 빛나고 있다.
저 여린 모습으로 꽃잎을 강하게 피워낸 꽃들 모두 총총한 별들이고,
언제나 서로의 등대가 되어 지켜봐 주고 보듬어주는 사람들의 눈에도 별이 들어있지.
어디 봄여름에만 꽃이 무성할까나
다른 빛으로 다르게 거듭나는 단풍도 꽃이고,
내 할 일 잘 마무리했다며 겨울 앞으로 표표히 떨어지는 낙엽도 꽃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 살뜰히 끝내고 하루를 마감하는 그대들도 찬란한 꽃이지.
찬란한 꽃을 품고도 힘겹게 걷는 사람들에게
풍경을 녹이는 이 가을비가
걸어가야 할 길에 푹신한 이파리를 깔아준다.
꽃을 품은 그대들에게 언제나 꽃자리가 펼쳐지기를.
P.s
하지가 지난 지금, 어느 늦가을에 쓴 시를 올립니다. 다른 계절인데도 동지를 향해간다는 방향만은 닮았네요. 마치 우리가 한 방향으로 살아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