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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Aug 11. 2024

드러내는 사랑이 크다면, 묻어왔던 사랑도 거대하다

보편의 이질적인 존재



(시작하는 음악)      

https://youtu.be/cMsMXCaYfgY?si=g1HkZ9b4cH5kOEWQ


# chapter 1: 막내는 마지막 내 편

 

 어릴 적부터 마음이 세심한 영희 씨. 작가를 만나자마자 반갑다며 로또 한 장을 우선 내민다. 지인에게 토요일까지의 즐거운 상상을 자주 선물한다는 영희 씨는 이윽고 본인의 결혼사진을 꺼낸다. 영희 씨 옆에 고운 한복을 입고 서 계신 분이 영희 씨의 어머니란다.

 딸부잣집의 막내딸이 다소 늦은 나이에 인연을 만나 결혼하려는 데도 많이 아쉬워하셨다는 영희 씨의 어머니. 다른 딸들을 시집보낼 때보다도 유달리 아까워하시던 어머니를 위해 영희 씨는  장난스레 어머니께 다가간다고 .

 내리사랑과 비슷한 크기의 치사랑도 이 세상엔 존재할까. 결혼사진을 찍던 날의 결심과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영희 씨. 토요일 아침을 맞아 어머니께 방문하는 영희 씨를 제작진은 동행하기로 다.     


# chapter 2: 일주일은 목욕물로 씻어 보내기


 어슴프레 푸른빛이 감싸는 이른 아침. 주말의 새벽 공기를 운전대로 가르며 영희씬 달린다. 어느새 구순이 된 홀어머니를 만나러 친정에 가는 길. 근처에 사는 언니와 교대로 매주 친정을 찾는다고 한다. 오래전 아버지와 사별한 후 한동안 외로운 그림자가 보이셨다는 어머니. 영희 씨와 언니들의 노력으로 요즘은 한결 밝아지셨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안개가 걷힐 때 즈음 도착한 친정 동네. 읍내인 이곳은 영희 씨의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흥성스럽고 구경거리 많은 곳이었다며 영희 씨는 가볍게 스케치하며 웃는다.


 친정집 골목에다 주차를 하고 대문을 향하는 작가와 영희 씨. 열려 있는 대문 속에 어머니는 어디에도 보이시질 않는다. 대체 이 시간에 어딜 가신 걸까?

(1부 종료.) (종료곡 자동 재생)     





(2부 시작)

 고요한 집을 나서 영희 씨를 따라 조금 걸으니 정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희야’

‘엄마, 쌀쌀한데 방에 있지 와 나와 있노’

‘니 쪼매라도 일찍 만날라꼬 마중 나왔지.’

 어머니께 폭 안긴 목욕 바구니는 싱그러운 비누향을 수줍게 풍겼다. 바구니 옆에서 굽이굽이 구순의 나이테를 두른 채 웃으시는 모습이 여전히 소녀 같으시다. 딸과 드라이브로 시작해서 중목욕탕, 점심 코스로 이어지는 주말이 되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신다고 한다.

(어머니, 좋으시겠어요~)   

 

 쪼글쪼글해진 등을 성심껏 밀어드리기 위해 매주 어머니와 목욕탕에 방문한다는 영희 씨. 목욕바구니를 꼭 안고 계신 어머니와 바나나 우유를 미리 챙겨 온 영희 씨가 목욕탕에 입장한다.

“아이고야 이번 주도 딸내미랑 왔네.”

당신들의 딸처럼 대놓고 기특해하는 이웃 할머니들 칭찬에 어머니의 어깨가 점점 으쓱해지신다. 바구니에 담아 온 바나나 우유들을 다른 어르신들과 나눠 마시며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영희 씨.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목욕탕 밖으로 나왔다.

“엄마, 이제 식사하러 갈까? 배고프다.”

태양처럼 볼그스름해진 어머니 뺨이 바삭한 햇살 아래서 환하게 주름이 진다.

         

# chapter 3: 보물찾기   

  

 다시 찾아뵌 주말의 어머니 댁. 그런데 바지런한 영희 씨가 오늘따라  분주해 보인다. 그걸 초조하게 바라보는 어머니.

 이달까지 사용해야 하는 돈이 들어있는 어머니의 카드가 며칠째 안 보인다고 하셨단다. 방의 옷장과 서랍이 다 열려있는데도 영희 씨 눈에 도통 띄않는다.  카드는 증발이라도 해버린 걸까?

 의자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영희 씨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 어머니.

“영희야 개안타. 굳이 찾지 마래이.”

“에이 뭐 이참에 운동하면 좋지.”     


 다음 날 아침, 안방 장롱 위 얹힌 바구니 하나를 발견한 영희 씨. 행여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어 바구니를 조심히 내려 앉힌다. 바구니의 뚜껑을 열어보니 묵은 공기와 함께 작은 핸드백 하나가 빼꼼히 올려다본다. 영희 씨와 마침내 숨바꼭질이 끝나 들숨을 내쉬는 작은 핸드백 속에 애타게 찾던 카드가 들어있었다. 딸내미한테 조금이라도 손 벌리기 싫어서 잃어버릴세라 꽁꽁 감싸둔 엄마의 과거가 보인다. 영희 씨는 엄마를 부른다.  

   

‘아이고 여 있네. 엄마.’

영희 씨가 열심히 찾을 때는 힘들게 찾지 말라고 무심히 말하던 어머니가 그제야 환히 웃는다. 웃는 어머니를 보고 영희 씨가 말을 건넨다.

“하이고~ 바구니 속 핸드백 안에다 야무지게도 넣어놨네. 우리 엄마 진짜 야무지고 똑똑해.”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영희 씨가 안 보는 사이에도 계속 방바닥을 서성이며 카드를 찾던 어머니 모습을 영희 씨는 비밀에 부쳐두기로 한다.




(해 질 녘 귀가하는 영희 씨가 바라보는 차창을 비춘다.)

 내리사랑과 맞먹는 크기의 치사랑도 존재할까. 속 깊은 영희 씨 언어에는 딸부잣집 막내에게 몸소 사랑을 가르치던 어머니가 담겨있고, 매주 어머니를 씻기는 목욕 바구니에는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카드에 전전긍긍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함께한다. 치사랑만큼 거대한 내리사랑을 느끼기 위해 영희 씨는 다음 주말에도 어머니를 찾을 것이다. 엄마와 추억이 가득한 보물 찾기를 하기 위해 영희 씨 마음은 오늘도 엄마를 향한다.      

    



(크레딧 엔딩곡 재생)          

https://youtu.be/szeZX1hgG0o?si=KlaMpXBjf7HYpj6_






p.s  섬세한  친구의 모녀관계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따스한 이야기를 들려준 영희 씨에게 감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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