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1970년대에 등장한 '합리적 기대이론'은 경제주체들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변화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가설하에 발전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비합리적 특성 때문에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했다. 이런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준합리적 경제이론인 전망이론(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을 발전시켰고 그 성과로 2002년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이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학적 관점을 기존 이론에 더하여 보완 발전시켰다. 인간은 같은 크기라도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고, 손실을 확정하는 것에 고통을 느낀다. 이때 이익과 손실은 판단의 기준점(Anchoring Point)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측정되며 손실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선택보다는 위험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예를 들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추가로 더 살 것인가 아니면 팔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는 구입한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매입한 가격보다 50% 상승했을 때의 행복감과 50% 하락했을 때 느끼는 고통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절대적인 변화량은 50%로 같지만 이익구간의 행복감보다 손실구간에서의 고통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외에도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오류와 편향이 있는데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하여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s)로 이는 과거에 가졌던 잘못된 믿음에 대한 편향 혹은 잘못된 정보의 사용에 기인할 때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새로운 정보 중 기존의 시각을 지지하는 정보만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반대는 정보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 질문이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구성 편향(Framing Bias)이 있다.
두 번째인 감정적 편향(Emotional Biases)은 직관적 충동에 의한 감정에 기반하여 판단할 때 발생한다. 그 예로 자산이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과 성공하면 내 탓(Self-enhancing) 그리고 실패하면 남 탓(Self-protecting)을 하는 자가 귀속(Self-attribution Bias)을 들 수 있다.
이런 오류와 편향 관점에서 '질투'를 분석해 보면 유사한 특징들이 관찰되는데 타인과 비교할 때(Anchoring Point) 내가 가지지 못했거나 남보다 못한 상황을 손실(Loss)로 받아들이는 것. 잘못된 방향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Framing Bias)에 빠지기 쉽고 자신의 판단이 옳기 때문에(Overconfidence Bias) 이를 강화하는(Confirmation Bias) 정보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아 질투심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그것은 본인이 잘났기 때문이며(Self-enhancing), 만약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되면 타인이 나를 도와주지 못해 이지경이 되었다고(Self-Protecting) 남을 탓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등이다.
이처럼 질투에 빠지게 되면 타인보다 우월할 때 느끼는 상대적 행복감보다는 못하거나 부족할 때 느끼는 고통에 집중하게 되며 전망이론의 손실구간에서의 특성과 같이 다양한 오류와 편향에 빠져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
그렇다면 질투에 빠지지 않기 위한 대처법은 있는 것인가? 완벽한 단 하나의 해결책은 비교 대상(Anchoring Point)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에 대한 질투의 감정에 순식간에 휩싸이기 쉽다. 행동경제학과 질투와의 유사성이 있다면 행동경제학에서 오류와 편향을 줄이기 위해 제시한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인지적 오류는 잘못된 추론과 이해의 부족 혹은 잘못된 기억에 기인하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과정과 올바른 정보 수집하려는 노력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이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질문과 보다 객관적인 자료 수집 그리고 타인 혹은 전문가의 도움이 동반된다면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두 번째 감정적 편향은 충동, 직감 혹은 감정에 기인하고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인지적 오류와 달리 공통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그 특성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즉 자신의 성향과 기질이 어떠한지를 평소에 잘 관찰해 두고 불같은 감정이 일어날 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대처법을 마련해 둔다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인간이 모여 이루고 발전시켜 온 경제 시스템은 애초에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공존하기에 모든 참여주체는 합리적이라는 비현실성을 전제로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시도에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감정적인 특성을 접목시키려는 창의성과 과감함이 더해져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었다.
결국 이성과 감정이 공존하는 인간에 대한 본원적 특성을 연구하여 경제 시스템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관찰을 통해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감정을 잘 수용하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면 타인과의 비교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절대적 행복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