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 바로 내 앞에서 바뀌어 버린 신호등의 빨간 불
동료의 애매모호한 업무 요청
사무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
일상을 위협할 만큼 큰 일이 아니어도, 인간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미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미세 스트레스(micro-stress)는 뇌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스트레스 조각이다. 워낙 사소한 순간에 생기는 만성 스트레스라 일일이 알아차리거나 대처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쌓이게 놔두면 결국 우리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미세 스트레스의 문제는 이것이 또 다른 미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퇴근 직전 상사가 호출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음은 불편하고, 게다가 약속 시간에 늦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더해진다. 불안한 마음에 조급하게 움직이다 보니 스트레스는 더 쌓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작지만 연쇄적으로 쌓이는 미세 스트레스는 우리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뇌 속 전두엽에는 기억의 질과 양을 관장하는 ‘작업기억’ 공간이 있는데, 미세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 공간이 좁아진다. 이로 인해 정신적 여력이 부족해져서 평소보다 실수를 자주 하거나, 위험 신호에 주의를 덜 기울이거나, 충분한 생각 없이 바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하고 싶은 말을 삼키거나, 나도 모르게 주변에 짜증을 내고 있다면, 이 또한 미세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세 스트레스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평소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왔을 때, 화를 내거나 피하지 말고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라며 의연하게 넘기는 연습을 반복해 보자.
양희은 에세이 〈그러라 그래〉 미니낭독회 > 영상 보기
의미 있는 관계와 관심사를 넓히는 것도 미세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가 늘거나, 친밀한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미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세 스트레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상대에게 미세 스트레스를 주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미세 스트레스는 집이나 직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가깝고 자주 보는 사이일수록 서로 미세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애매하게 업무를 요청하거나 지시하면, 요구한 결과물을 쉽게 받아보기 어려워 여러 번 소통을 거치는 과정에서 미세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서로 이해하고 합의한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협업에서의 미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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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의 뉴스레터 '시금치'를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