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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버스 Oct 06. 2022

8화 - 똥손의 당첨운 높이는 법

이쯤되면 뭔지 알 것 같지 않아요?

“ 자! 지금부터 이벤트 시작합니다 !! ”


“ 뭐야 뭐야? ”


웅성웅성


예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 갑자기 열리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들이 있었다.

한명 씩 나가서 상자 속 접어놓은 종이 중 하나 고르고 이벤트 선물을 확인하는 것인데

상품은 다양했다.


1등. 휴가

2등. 조기퇴근

3등. 간식비 지원

4등. 커피 쿠폰

5등. 컵라면

6등. 과자

7등. 양말


등이었는데 뭐 4등 이후로는 의미 없었다.


‘ 아... 제발 조기퇴근 걸려라 !!! 휴가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퇴근하고 싶어 ’


비슷비슷한 종이 뭉치를 한참을 뒤적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하나 뽑아 들면


< 양말 >


“ 아오. 나는 진짜 똥손인가봐 ”


당첨 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산모 교실 이벤트에서도, 야구장 쉬는 시간 이벤트에서도, 여타 다른 이벤트에서도 늘

‘ 그럼 그렇지~똥손이 어디 가나 ’ 싶었다.


가끔가다 사는 로또에서조차 자동은 늘 꽝이었다. 5천 원도 된 적 없었다.

당첨 운을 높이려면 힘을 빼야 하는데 이게 참 난제다.


마음속으로 당첨되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오는데 욕망이 거셀수록 불안감도 커진다.


‘ 갖고 싶은데... 안 되겠지? ’


그동안의 경험들 때문에 저벅저벅 앞으로 나갈 때부터 나는 안될 것을 예견하고 있다.

벌써 신나는 일이 아니다.

이미 갖기도 전에 뺏기는것 부터 떠올리는 꼴이 아닌가.


반면 당첨되는 사람들은 어떨까?


‘ 우와 휴가 이벤트라니! 엄청 멋지잖아! 스태프분들 고생하셨겠네! 너무 신나! ’


즐거운 마음으로 나가서 즐거운 마음 그대로 이어지도록 4등 이상의 상품에 당첨이 되곤 한다.


만약, 좋은 상품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 아~ 뭐야~!!그래도 재미있었다”라고 이야기한다.

당첨되지 않더라도 패배자의 기억으로 남지는 않는다.

다음번 이런 이벤트가 열릴 때 걸어 나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호텔 숙박권 이벤트 >


아이들 100일쯤 자주 이용하던 육아 앱에서 이벤트를 열었다.

1등은 무려 호텔 숙박권이었는데 육아 전쟁 중 호캉스를 떠올리니 너무 달콤했다.

그때는 돈도 됐고, 명품도 됐고, 신이시여! 제발 한 시간만이라도 아이들과 떨어져 있고 싶어요, 제게 자유시간을 주세요~~ 하던 시절이었다.

잠깐 그려본 호캉스는 캬 ~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이벤트 명은 [ 최고의 육아대디를 찾아라 ! ] 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영향인지 최고의 육아 아빠를 찾는 이벤트였고, 참여 방법은 게시판에 열심히 육아 중인 남편의 영상을 올리고 간단한 소개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 아, 이거 너무 재미있겠는데? ’


그동안 휴대폰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영상 중 제일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골랐다.


아이 아빠가 중간에 누워서 한 명 쪽쪽이 물리고 토닥토닥 몇 번 해주고는

뒹구르르 굴러서 반대편 아이에게로 간다.

칭얼거리고 있던 다른 아이 입에 쪽쪽이를 물리고는 또 토닥토닥 몇 번 해주는데 먼저 토닥였던 아이가 입에서 쪽쪽이가 떨어졌는지 “ 빽”하고 울었다.


아이고 바쁘다 바빠 !


다시 뒹그르르 굴러서 먼저 아이에게로 가 쪽쪽이를 물리고 다시 토닥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 있던 아이가 쪽쪽이가 떨어졌는지 “ 빽 ” 울어버린다.


그렇게 무한 반복하는 영상이었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박장대소 중인 내 웃음소리가 깔린 쌍둥이 아빠의 고된 육아 현장을 지켜보는 쌍둥이 엄마의 기쁨이 담긴 영상이였다.

적지 않은 '좋아요' 수를 기록했고 내부 심사자 평가에서 좋은 기록을 받았는지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는데 상품은 무려...


< 호텔 숙박권 >


1등이었다.


이벤트에 응모할 때, '되면 좋겠다' 에 이어 불안감은 없었던 것 같다.

안돼도 그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응모했으니까 말이다.


그동안 우연히 이루어졌던 사소한 소망들에는 마찬가지로 늘 불안감이 따라오지 않았었던 것 같다.

영업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실적 우수자 시상 전단을 하나 가져와 1등 사진을 내 얼굴로 오려 붙였었다.

'안되면 어떻게 하지?'는 없었다.

무조건 될 거니까.

만에 하나 안되더라도 재미있으니까 그만이었다.


또 다른 어느 날.

큰 콜센터에 근무하면 몇 달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기곤 한다.

다른 팀, 다른 환경으로 바꿔주며 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함인데 자리 바꾸는 공지 이후로 지나가다 근사한 창가 자리를 발견했다.


‘ 와... 저기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


찰나의 생각 속 그 자리에서 만족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불안감이 뒤따르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찰나였으니까 말이다.


다음날 자리 바꾸러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고 사무실 앞에 붙여져 있는 배정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스치듯 감탄하고 갔던 그 자리였다.







힘을 뺀다는 것이 조금 더 와닿는 몇 가지 사례였다.

힘을 뺀다는 것은 소망만 남기고 불안감은 걷어낸다는 것과 같다.

당연히 무엇을 원하게 되면 뒤따르는 불안감이 마음속 어딘가 조금이라도 깔려있다.

그걸 억지로 걷어낸다고 걷어지나, 걷으려고 할수록 더 거세질 것이다.

마음속에 소망과 불안감이 함께 할 때 소망에 집중해보자.


‘ 얼마나 좋을까? ’

‘ 행복하겠지? ’

‘ 신나는데? ’


소망에 집중해서 크기를 부풀리면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런 다음 < 지금 >으로 돌아온다.

불안감은 사라지고 괜스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이후로 몇 번의 크고 작은 이벤트에 당첨이 된 일이 더 있다.

그 이벤트는 내 실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제출하고 당첨되었던 이벤트이긴 하지만 그때에도 불안감은 없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등 2등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제출할 콘텐츠를 만들며 행복했고, 만족했다.

이미 만족감이라는 상품을 받아낸 뒤라서 그에 따르는 당첨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었다.

마음이 비워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힘을 뺀다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한 힌트인데 우리는 어째서 힘을 뺄 수 없을까?

알면서도 힘이 잔뜩 들어간다.

‘ 잘 해야 해 ! 성공해야 해 ! '

'잘 해야해!'는 곧 ’ 실패하기 정말 싫어~ 두려워 ‘ 라는 말이다.


그런 마음이 들수록 실패해보면 정작 실패라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 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실패한 순간에도 <지금>은 존재하고 그 <지금>은 평화로우니, 말이다.

실패를 상상하는 그 순간이 더 두려울 뿐이다.


잔뜩 들어가 있던 불안과 두려움을 탁 ~! 놓아버릴 때,

힘을 탁 ~! 빼버릴 때의 시원함이란...

시원하게 빠져버린 자리에 만족과 기쁨이 들어찰 수 있도록 힘을 조금 빼보자 !


그러면 혹시 아는가.


하다못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주차할 때, 마법처럼 한자리가 생겨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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