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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Nov 19. 2018

아시아의 맥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아시아 식민지 맥주의 역사

북한이 한국보다 잘 만드는 공산품이 있다면, 동남아가 한국보다 잘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맥주가 아닐까 한다. 다니엘 튜더라는 영국 기자는 <이코노미스트> 지에 “화끈한 음식, 지루한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기사에서 밋밋한 김치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 지루한 맥주는 꿀꺽꿀꺽 잘도 마신다고 일침 한 적이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이 맥주만큼은 왜 아시아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아시아 식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아시아의 맥주는 한 번도 스스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 아시아의 맥주는 유럽 열강의 지배의 흔적이다. 그들에게는 흑역사지만 맥주만큼은 유산이 되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독일에서, 라오스는 프랑스에서, 필리핀은 스페인에서 맥주가 건너왔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건너왔다. 우리나라가 일본이 아닌 유럽의 식민지였으면 맥주 맛이 좋았을까? 식민의 역사는 부끄럽고 치욕스럽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맥주 하나 남기고 갈 것이지.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12/11/24/fiery-food-boring-beer?fsrc=


중국의 칭다오 맥주는 독일 맥주라 부를 만하다.


19세기 후반 칭다오는 독일 제국의 조계지였다. 이때 그들은 라오산 마운틴이라는 곳에서 질 좋은 지하수를 발견하고, 독일인과 영국인인 합작 하여 'Tsingtao Brewery Company Limited'의 시초가 되는 회사를 설립한다. 독일의 생산설비와 원재료 등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맥주 룰 생산하여 판매하게 된 것이 1904년이다. 참고로 현재 이 회사의 2대 지주가 일본의 기린 맥주이다(맥주 회사 간의 지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칭다오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국 맥주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설화(Snow) 맥주가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한다. 참고로 2016년 전 세계 맥주 판매량을 보면 1, 2위가 설화 맥주, 칭다오 맥주이다. 내수가 곧 글로벌인 중국 시장의 크기가 느껴진다.


프랑스에서 독립된 이후 맥주 회사를 국유화한 라오스의 비어라오 맥주


비어라오는 라오스의 The Lao Brewery Co., Ltd.(L.B.C)에서 1973년부터 생산하여 라오스 맥주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가와 라오스 사업가가 합작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1975년 라오스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국유화됐다가, 1993년부터 정부가 외국 투자자들과 합작투자를 진행해 현재는 라오스 정부가 지분의 50%를, 덴마크 맥주회사인 Carlsberg Breweries가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다. 라오스는 인구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맥주만큼은 세계 최고의 품질로 생산하고 있으니 부끄럽지만 부러울 따름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맥주이지만, 최근 라오스 여행객들이 늘며 여행에서 돌아온 자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찾게 되면서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 한다.


필리핀의 국민 맥주인 산 미겔은 스페인어로 성 미카엘을 뜻한다.


산 미겔은 필리핀에서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국민 맥주이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1890년도에 '라 파브리카 데 세르베자 드 산 미겔(la Fabrica de Cerveza de San Miguel)' 이름으로 맥주 회사를 설립해서 산 미겔 페일 필젠을 처음 출시하였다고 한다. 1913년 산 미겔 브루어리(San Miguel Brewery Inc.)로 사명을 변경하고 마닐라 본사에서 상하이, 홍콩, 괌으로 수출을 시작하였으며 1948년 홍콩에 최초의 해외 공장을 설립하였다. 1964년 지금의 산 미겔 코퍼레이션(San Miguel Corporation)으로 사명을 변경 후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파생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산 미겔 페일 필젠이 유명하지만 필리핀 현지에서는 산 미그 라이트, 산 미겔 플레이버, 산 미겔 슈퍼 드라이, 산 미겔 프리미엄 올 몰트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필리핀에 여행을 가게 되면 종류별로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영국의 양조장을 한 조각씩 해체하여 재조립한 후 맥주를 생산한 북한의 대동강 맥주


북한의 맥주는 식민의 역사는 아니지만 소개해볼 까 한다. 2000년 김정일이 '최고의 맥주를 만들라'라는 지시를 내린다. 당시 경매에 나온 영국의 한 양조장을 150만 파운드에 구입해 한 조각씩 해체하여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양조장을 만들고 2002년부터 맥주를 생산했다. 영국의 에일 맥주 공장을 들여왔으나 맥주 공법은 독일의 라거 공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라거 맥주이지만 영국의 에일 맥주와 유사한 맛이 난다고 한다. 대동강 물을 비롯해서 맥아와 홉 모두 북한에서 재배되는 것을 사용한다. 7가지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으며(맥주마다 번호가 있다. 1번 2번 하는 식으로), 뉴욕타임스는 2008년 기사에서 대동강 맥주를 '단맛이 살짝 감돌고 뒤에 약간의 쓴 맛이 나는 풀 바디(Full Body) 라거'라고 설명하였다. 지금은 한국에 수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다시 수입이 되기를 희망한다.


일본은 영등포에 한국 최초의 맥주 양조장을 세웠다.


일본은 우리 땅에서 그들의 자본과 기술로 맥주를 생산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1933년 삿포로 맥주, 아사히 맥주, 에비스 맥주의 합병 회사인 대일본맥주(주)가 영등포에 조선맥주주식회사를 설립했다(일본과 조선의 자본 비율이 7:3이었다고 한다). 영등포는 인천에서 배가 들어오기 용이하고, 기차가 다니는 교통의 요지였다. 또한 그해 12월에는 일본의 기린맥주(주)가 소화기린맥주를 역시 영등포에 설립한다. 이 두 개의 맥주회사가 각각 현재의 하이트맥주(주)와 오비맥주(주)의 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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