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 및 설계 : 임민혁
시공회사 : 부성건설
시공기간 : 2018.03 ~ 2018.08
위치 :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
지역 : 제1종일반주거
구조 : 철근콘크리트
층수 : 지상 2층
높이 : 7.05m
대지면적 : 117㎡
건축면적 : 45.21㎡
연면적 : 87.62㎡
건폐율 : 38.64%
용적률 : 74.89%
본인이 거주하고자 직접 설계한 전원주택. 아파트에 지쳐서 30대 중반인 올해, 내가 노환으로 죽을 때까지 살 집을 짓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이 아파트 시세차익을 보는 집이었기에 2~3년에 1번은 반드시 이사를 다닌 과거가 있다. 이렇게 사는게 내 정서에 좋지 못한 것 같기에 노환으로 죽을 때까지 살 공간을 원했다. 서울은 몇십년이 지나면 반드시 재건축이나 개개발 지역이 지정되기에 80~90살 까지 같은 지역에 살 수 없다. 그래서 일터가 있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고양시를 부지로 선택했다.
그리고 작년 정교회 개종하고 그리스란 나라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중 산토리니 지역의 주택이 참 재밌게 다가왔다. 그래서 큰 생각이나 고민없이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그리스 산토리니 양식의 전원주택을 지었다.
아웃테리어는 그리스 산토리니 지역 건축물을 본딴 외형을 갖추었다. 그래서 여름에 굉장히 시원하다. 온통 흰 칠을 해두니 태양열을 반사시키기에 건물이 달아오르지 않았다. 단점으로는 흰 색으로 이루어진 점과 돔이란 요소가 4계절 내내 실내를 시원하게 만든다.
입주하고 깨달은 것인데 그리스 지중해에서 이런 양식이 나온 이유는 '현지인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더운 지역에서 이런 외형으로 지으면 시원하기에 그리스 산토리니 양식이 나온 것으로 보임. 한국엔 한국식이 필요하듯이 완공하고 입주하고서야 추위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주택을 지으려는 사람 중 외국 양식을 그대로 따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점을 반드시 염두해야 한다. 해외 특정 지역 양식은 그 지역의 이유가 반드시 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여 여름은 이라크처럼 덥고 겨울은 알래스카처럼 추운 기이한 땅이다. 그렇기에 해외 양식을 따라하고 싶다면 한국의 여름 혹은 겨울 중 한 계절 고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이런 부분을 감수하거나 혹은 대비하고 짓기를 바라는 바.
개인적으로 '한국식 뽕끼 인체리어'를 극혐하기에 한국식 요소는 다 거부했다. 천정재, 벽지, 장판 혹은 바닥재, 수준낮은 디자인상 포인트 요소점, 허전해 보일까봐 박아두는 석재나 데코레이션 타일 등 그 어떠한 '한국식 뽕끼 인테리어' 요소는 단 한 개도 넣지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단촐하고 없어보이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벽은 콘크리트 타설 기포가 보이는 상태에 그냥 흰 칠만으로 마감했고, 계단도 나무나 이상한 꾸밈 요소 가득한 주문품이 아닌 아닌 공산품 철제 계단으로 설치했다.
내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보니 나름의 디자인 철학이 있는데, 내가 바라보는 디자인의 1순위 목적은 '기존에 없는 것을 선보인다'로 꼽는다.
모든 제품이나 건축물은 기능만 수행하면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이후 디자이너란 직업이 나온 이유는 '기능 수행' 이상의 것을 대중이 원했기 때문이라 본다.
가장 흔히 꼽는 심미성이 대표적이고 비단 심미성 뿐 아니라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디자인이 산업군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를 '기존에 없는 것을 선보이는 것'이 디자인의 존재 이유라 본다. 같은 물건이나 컨텐츠로 훌륭한 디자인이 되려면 기본에 못봤던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좌우간 내 스스로 이 집 인테리어를 흡족해하는게 기존 한국인 주택과는 달라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획했지만 내 스스로 잘 디자인 되었다고 자부한다.
아울러 위에도 언급했지만 '한국식 뽕끼 날리는 인테리어'를 개인적으로 극혐하기도 한다.
한국의 건축 인테리어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할 바가 아니라 필리핀이나 에티오피아 중산층 주택만도 못하다고 본다. 한국인이 생활하는 공간 디자인의 수준이 후진국의 이하란 것. 이유는 후진국에도 그들의 철학이나 문화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이나 스리랑카 주택도 무언가 각자 가정 혹은 회사의 개성이 담겨있고 생활성이 담겨있다. 멕시코 가정 주택은 한국 아파트보다 비좁더라도 무언가 멕시칸들만의 느낌이 있고.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같은 국가들은 두말할 것없이 그냥 퀄리티가 높다.
그러나 한국은 인테리어 예산도 크게 투자하고 시공업체들의 기술력도 좋은데도 그 방향성이 똥이다. 한국식 꼰대의 저질 미학이 밑바탕 되어 누구에게 안꿀리고 커보이려는 억지 허세로 붙은 이상한 고가 데코레이션 자재, 시공업체를 많이 고생 시키는 기묘한 주문을 많이 한 갑질하면 좋은 인테리어가 나왔다고 뿌듯해하는 식의 방향성.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 안목이 이상한 사회 분위기이니 아파트를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저 방향성의 한국식 인테리어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내가 직접 설계하여 주택을 지으니 저 한국식 뽕끼 인테리어에서 완전 탈출해서 기쁘다.
한국식 요소를 거부하려 했기에 문짝과 창문에 크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식 철제 현관문과 한국식 창호가 시공되었다. 무슨 고민을 했냐면 그리스 주택처럼 맞춤형 나무 문짝과 나무 창호를 하냐 마냐의 고민.
실제 이 양식의 주택은 단촐하기에 문짝과 창호가 크게 뉘앙스를 좌우했다.
결국 한국식 철제 현관문과 창호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식 풍토 때문이다. 한국의 주택들이 괜히 철제 현관문이나 시스템 창호를 쓰는게 아니다. 극도로 더운 한국 여름과 극도로 추운 한국 겨울에 나무로 된 문짝과 창호는 단열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출신'인데 80~90년대 한국 빌딩과 주택에 많이 쓰인 나무 문짝과 나무 창호, 알루미늄 창호의 추위를 기억한다. 여름엔 온기를 받아 열을 뿜고 겨울엔 추위를 머금어 냉기를 뿜던 나무 문짝과 알루미늄 창호들.
그 기억 때문에 문짝과 창호는 현대 한국식을 선택했는데, 결국 살아보니 만족한다.
그리스식을 한다고 한국 풍토를 무시하고 나무로 된 문짝이나 나무로 된 창호를 했다면 지금 추워지는 시기 단열 문제가 불거지고 벌벌 떨고 살았을 것이다.
해외 양식을 재현하는데 있어 한국 계절과 풍토란 현실과 조율하는 고민이 힘들었다. 문짝과 창호와 같은 부분은 결국 현실과 타협했고.
그래도 아웃테리어와 인테리어 모두 그냥 기존 한국식 거주지와는 다르겐 나와서 스스로 만족한다.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8점이라 자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