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5월 12일에 쓰여졌던 글을, 본 브런치로 옮긴 것입니다>
지난 오후 성당에 올리브유가 수입된 것을 보았다.
성당에서는 그리스 스파르타에 있는 정교회 수도원 수사님들이 만든 올리브유를 파는데, 깡통으로 온다.
우리나라 중국집 주방에서 보이는 식용유 사각깡통과 같은 것.
이유는 그리스에선 병을 못만들어서 깡통으로 수출된다고 함.
성당에서 파는 병에 담긴 올리브유는 도착한 깡통에서 담아내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
좌우간 그런 과정 때문에 올리브유 깡통을 보호할 나무상자가 같이 따라온다.
오늘 성당 마당에 깡통과 나무상자가 널부러져있는데, 이 나무상자가 너무 멋졌다.
집에서 수납상자로 쓰던가, 아니면 옆으로 눞혀 위로 쌓으면 작은 책장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 그리스 수사님들께서(혹은 나무상자는 외주로 받아왔을 수도 있으니 그리스인 노동자들이) 손으로 만든 이 상자가 굉장히 힙한 느낌이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공장이 아닌 사람이 손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힙한 느낌이 강했던 것.
이케아에 파는 수납가구보다 더 멋진 뉘앙스로 다가왔다.
그래서 허락받고 주워옴 ㅋㅋㅋ
집에 잡동사니들 잘 수납해야징!
그리고 수화물 송장에 대주교님 존함도 적혀있으니 뭔가 영험(?)한 기운도 나올 것 같은 느낌 ㅋㅋㅋ
그리고 여러가지 그리스 물품을 보다보면 예상 외로 그리스가 디자인 강국 같다.
일본 디자인은 자세히 본다면 디테일이 선진국 백인 디자이너들보다 떨어진다.
선진국 백인들이 디자인한 것은 사실상 ‘현재 지구의 디자인 정점이고 표준(?)’인지라 교과서적이다.
동방의 그리스 디자인이 이도저도 아닌 위상에 있고, 또한 농업국가이자 종교국가인지라 자동화 기계 생산품이 적다.
그래서 익숙치 않은 방향성이나 노동자가 직접 손으로 만든 공정으로 나오는 투박함과 거칠음 등등 때문에 그리스 생산품의 외양이나 디자인이 참 독특하다고 본다.
대학교 디자인 학과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디자인 자료 등지에서 다루지 않는게 그리스 디자인인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독특해서 좋은 느낌이다.
전반적인 와꾸가 힙스럽다고 할지. 좌우간 내 집에 좋은 가구가 생겨서 너무 좋다!
집에 있는 또다른 그리스 디자인.
몇 달 전 성당에서 그리스 페타치즈를 팔았는데, 그 페타치즈를 담았던 포장박스다.
이것도 포장박스의 캘리그라피가 너무 멋져서 주워와서 잡동사니 수납박스로 사용 중이다.
이 캘리그라피가 진짜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지 나라에서 디자인되는 타이포그라피나 캘리그라피 느낌이 없다.
그냥 딱 그리스 느낌의 타이포.
좌우간 그리스가 레알 깨알같은 디자인 강국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