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

대리, 과장 시절에는 회사의 전문가들이 대개 신입 어쏘로 들어와 내부 경쟁을 거쳐 파트너가 되었다. 커리어의 경로가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던 중 다른 법인에서 수년간 일을 해 온 경력 전문가들이 꾸준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십여 년 전 나는 대형 로펌들의 법률사무원들과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이제 그 구성원 대부분이 각 펌의 부서장이 되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른 로펌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간판은 그대로지만, 구성원의 유입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펌마다, 심지어 같은 펌 안에서도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법률서비스를 하는 로펌에서 법률사무원은 사내 구성원인 변호사와 각종 전문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이제 각 펌의 법률사무원들은 자기 팀 안에서만 비교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여러 펌을 거친 경력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이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전 직장에서 받던 지원”과 “지금 여기서 받는 서비스”를 비교하게 된다. 예전 친정에서 경험한 서비스에 못 미친다고 느끼면, 언젠가는 불만이나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법률사무원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은 같은 펌 안에서의 기준이 아니라, 다른 펌 법률사무원들과의 비교 속에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경쟁 펌 법률사무원들이 자기 조직의 변호사와 전문가들에게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 지금 내게 진짜 경쟁 상대는 우리 펌 안의 동료들이 아니다. 업계 곳곳에 있는 경쟁 펌의 법률사무원들, 그들 전체가 나의 비교 대상이자 경쟁 상대다. 그들과의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때에만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이유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과 문제의식을 회의 자리에서 나눴지만,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했다. 그래도 나는 이 방향이 맞다고 믿고, 그냥 계속한다. 로시난테를 타고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 묵묵히 달려가는 돈키호테처럼, 원래 그런 사람으로 살아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keyword
이전 01화축하 대신 침묵을 택한 동료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