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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Feb 03. 2021

번외_한겨울 밤의 꿈

어른이태권도


어떤 꿈을 꾸었다. 꿈 치고는 굉장히 생생했다.



내가 어쩌다가 발을 다쳤는데, 병원에 갔더니 뼈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러진 뼈와 뼈의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으니 핀을 박아서 붙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얀 가운을 걸친 하얀 머리의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수술을 하기로 하고 입원을 하려는데 하필 그 때 괴질로 인한 역병이 창궐하여 온 세상이 난리가 난 게 아닌가. 이 시국에 입원을 하려면 우선 괴질검사를 해서 괴질병자가 아님이 증명되어야 하고 입원기간 동안에는 어떤 면회도 불가능하며, 보호자가 있을 경우 병동 내에만 상주하는 조건으로 입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괴질검사를 받고 다음 날 무사 통보를 받아 입원 할 수 있었다. 병실로 들어서니 먼저 와 계시던 어르신들께서 어설프게 목발을 짚고 들어오는 젊은이를 반겨주셨다. 


  - 아니, 학생은 어쩌다가 그리 됐어요?

  - 그냥 좀 삔 줄 알았는데 뼈가 부러졌데서요. 틈이 벌어져서 핀 박아야 한다네요...

  - 아. 나는 좀 이따 핀 빼러 가는데!


하시더니, 자신의 수술 무용담을 신나게 풀어놓으셨다. 


  - 내가 말이야~ 이번이 벌써 네 번째야. 한 번은 여기가 아파서 수술했지, 또 언제는 저기가 안 좋아서 수술했어, 이번엔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바닥에 러그를 잘 못 밟고 미끄러졌는데 발목이 똑 부러졌다니까! 그래서 이젠 바닥에 뭐 깔려있으면 아주 기겁을 해. 그나저나 우리 언니는 무슨 마취 한데요? 하반신 부분마취는 절대로 하지마, 그거 아프기론 말도 못 해. 의사들 둘이 붙어서 팔다리를 부여잡고, 새우등처럼 꼬부린 자세로 척추 사이에다 주삿바늘 꽂아서 마취하는데 너무 아파서 그 의사들 팔을 있는 힘껏 쥐어뜯게 된다니까! 그 사람들도 엄청 아플텐데 놔주면 사고 날테니 그냥 참더라. 그러고 수술실 들어가면 보기싫은 수술도 다~ 보게 되고. 그냥, 수면제 맞고 전신마취하는게 훨씬 편해. 한잠 푹 자고나면 수술 끝나있을테니. 아유, 나는 수술을 하도 많이 했더니 이젠 아주 그냥 반 의사가 됐어. 이래뵈도 맨 처음 수술실 들어갈 때는 그냥 죽는 줄 알고 통장 비밀번호 같은 거 다 적어놓고 했었는데. 이젠 그냥 '여보 갔다올게~' 해.



"환자분, 눈 떠보세요. 옆으로 이동 하실게요~"

"......?"


방금 누가 날 깨웠던 거 같은데... 근데 이게 뭐지... 누가 내 발에 설탕포대를 올려놨나... 

꿈인가... 아무래도 좀 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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