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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Sep 04. 2023

[iid] HR도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채용 고급편)

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오랜만에 업무 노하우 & 스킬 영역을 써볼까 가져왔다. 채용을 담당하는 후배와 커피챗 중에 이력서를 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했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일단 개인적으로 서류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예전에 비하면 다양하게 자신의 경력이나 이력을 기재하는 사이트나 서비스들이 있어서 해당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좀 더 다각도로 신중하게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보기는 어렵다. 만약 정말 프리랜서처럼 사람대 사람의 협업이 아닌 업무 관점의 협업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지니... 그조차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다 서류를 보지 않고 인터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 이력서에서는 당연히 사람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한다. 이력서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관점하에서 이력서를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 이전에 있던 레퍼런스체크 관련 긴 아티클은 별도 글로 독립하였다




이제야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채용과정에서 이력서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단계별로 정리해 본다면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력서에서 뭔가를 판단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읽다'가 아닌 '해독하다'라고 쓴다)


⊙ 초급 : 리크루터가 기본적인 직무의 성격 및 이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requirement (역량, 스킬, Tool / 시스템, 지식 등)에 대해 알고 그 영역을 해독해 내기

⊙ 중급 : 리크루터가 해당 직무가 만들어 내야 하는 output / Performance / Key result 등에 대해 대해 알고 이력서에서 해독해 내기

⊙ 고급 : 초급/중급에 비해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사람이 어떤 시대와 어떤 역사 속에서 살았는지 해독해 내기


초급 / 중급 영역에 대해서도 쓸 말들은 있겠지만 그 영역들은 다른 분들이 너무 많은 좋은 글들을 기존에 써주었기에 생략할까 한다.



[고급편 시작]

'시대와 역사'가 한국 경영사도 아닌 스타트업계에서 과연 가능한 단어일까 의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여러 경험들을 통해 본다면 분명히 스타트업계에도 존재한다. 이것을 누군가는 회사가 투자에 따라 바뀌는 시리즈 단계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아주 macro 관점의 회사 단계긴 하다. HR관점에서는 아래의 조금 더 micro 단계들이 존재한다.


① 회사(서비스) 별 주요 프로덕트 / 서비스의 역사

② 주요 리더(C레벨, 헤드/리드급)의 역사

③ 내/외부 큰 사건의 역사


물론 조금 더 자잘하게 쓴다면 3가지 보다 더 많긴 하겠지만 대표적으로 3개 정도를 적어 보았다. 3개를 보고 대략적으로 '시대와 역사'가 무슨 말인지 안다면 스타트업계에서 이리저리 경험들이 많은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① 회사(서비스) 별 주요 프로덕트 / 서비스의 역사

'쿠팡'이라는 이제는 너무도 큰 회사를 예로 들어볼까 싶다. 쿠팡이라는 회사가 지금의 포지션을 가지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업계 / 시장의 변화부터 그 안에서 이루어진 경영전략의 변화, 그로 인해 출시한 프로덕트/서비스의 변화, 조직의 변화, 정부 스탠스의 변화 등 쿠팡의 현재 입지만큼 다이내믹했다.

누군가 쿠팡에서 재직했다고 할 때 지금의 쿠팡을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그분이 어떤 시점에서 쿠팡에서 재직했냐를 봐야 그분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다. 회사도 전략에 따라 회사에서 가장 주력으로 밀어야 하는 기능 / 정책들이 있다면 그 영역의 전문가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쿠팡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그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덕트/서비스에 (시기상으로) 참여했고 그 퍼포먼스가 실제로 시장에 어떤 임팩트를 줬는지도 알 수 있다.

이력서 관점에서 어떤 회사를 안다고 한다면 오! 지금 이렇게 크고 좋은 회사고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네에서 그치면 절대 안 된다. 어떤 좋은 회사라도 우여곡절의 힘든 시기들이 있었고 매 시기(그렇다고 몇 년까진 아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다)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승부처를 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이스마다 판단하긴 해야겠지만 잘되고 안정적일 때 입사한 분보다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내었던 시기에 재직했던 인력이 더 뛰어날 수 있다. 단순 역량 측면이 아닌 그분이 직접 고생하고 그리고 극복했다는 경험의 측면이다.


▶ ①번 역사는 진짜 그냥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또 스터디하고 기사나 아티클 중심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② 주요 리더(C레벨, 헤드/리드급)의 역사

개인적으로는 ②번 역사가 가장 까다로울 것 같다 싶다. 직원이라면 회사 전체의 색깔도 분명히 있지만 분명 자신의 리더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급이라면 대략 CTO, CMO, HR & Finance, CEO 이런 정도가 떠오른다. 꼭 C레벨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에 준하는 해당 function에서의 최고 책임자정도면 될 것 같다.

[리더의 강점 / 포지셔닝]

내가 말하는 그 정도의 리더급이라면 본인의 배경이 존재한다. 커리어 트랙일 수도 있고 학벌이 될 수도 있고 산업 도메인이 될 수도 있고 누구와의 라인 (사수/부사수 등)이 될 수도 있다. 이 배경들로 그 사람의 캐릭터가 정해진다. 그 리더는 어떤 것에 특화되거나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그 사람을 그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에 채용 혹은 역할을 부여한다.


예시 1 : CTO

커리어 배경이 데이터엔지니어링인지 / 서버/백엔드인지 / 프론트인지 / PM인지

네카라 출신인지 / SKP출신인지 / 넥슨출신인지 / 삼성 출신인지 / 구글 출신인지 / 아마존 출신인지

PMF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MVP를 시도해야 한 거나

이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피처 등 기능 개발을 확장해야 하거나

어느 정도 프로덕트의 양적 확대가 이루어졌다면 안정성이나 최적화 등을 진행해야 하거나

고객과 시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일방향 이용 메커니즘에서 고객 개인화 맞춤형 메커니즘 고도화를 해야 하거나

깊지 않더라도 넓고 얇게 안정적으로 담길 수 있는 스트럭쳐를 원하거나

좁더라도 여러 규제와 정책 준수를 위해 보안이 강조되고 안정적인 스트럭쳐를 원하거나

애자일 방식을 원하는지 / 워터풀방식을 원하는지

실행 중심의 개발을 원하는지 /기획서 중심의 자료를 원하는지

천재형을 원하는지 / 성실한 노력형을 원하는지

등등등


예시 2 : CMO

B2B에서 마케팅을 했거나 / B2C에서 마케팅을 했거나 / 혹은 B2G에서 마케팅을 했거나

브랜딩&크리에이티브를 위주로 했거나 /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주로 했거나 / CRM 위주로 마케팅을 했거나

매출&손익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거나 / 유저 리텐션 중심의 프로덕트 지표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거나

웹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거나 / 앱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거나 / 오프라인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거나

등등등


예시 3 : CEO

(오너라면) 빠른 속도와 확장을 중심으로 하거나 / 신중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하거나

(오너라면) 알아서 스스로 하길 바라거나 / 자기가 시키는 것만 하기를 바라거나

(오너라면) 밤새더라도 업무에 몰입하기만을 바라거나 / 어느 정도 워라밸을 지키며 일하기를 바라거나

(전문경영인이라면) 성장을 위해 확장을 하거나 / 손익 개선을 위해 비용 통제&관리를 하거나

등등등


예시 4: HR

HR은 흠.... 예시를 들지 않을까 한다. 왠지 쓰다 보면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조심해 본다.

난 기본적으로 각자의 경험과 철학이 다른 만큼 다른 리더분들을 그 자체로 리스펙한다. 하지만 글의 흐름 등에 따라 다른 분들을 평가하는 투가 될까 조심한다.


[리더의 검증]

위의 특성들을 가진 리더가 근무하고 있다면 당연히 자신의 조직과 인력은 자신의 성향에 맞게 꾸리고 싶어 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당시 재직 구성원을 본다고 한다면

그전 세대 리더에게 뽑혀서 그다음 리더 체제에서까지 계속 근무하며 인정받는다면 새롭게 요구되는 면도 인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리더 부임 후 시니어나 리드급으로 채용되었다면 해당 리더 성향이 검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직군이 특정 시기에 대규모 퇴사가 일어나거나 조직자체가 새로 리빌딩되었다면 그것은 해당 회사 내에서의 리더 변화에 따른 세대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브랜딩마케팅 중심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중심으로 변경 등)


[리더의 운영방식]

리더의 특성을 볼 때 전문성 영역도 하나의 중요한 축이지만 또 다른 축에는 운영 방식도 존재한다. 이 운영 방식에는 인력에 대한 것 외에도 업무에 대해서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소위 유명한 성공한 회사 출신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 회사의 시스템/프로세스를 익히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리더들 또한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그 정도 입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개인의 능력도 있지만 개인 이상의 조직으로서의 역량 또한 존재한다. 앞에도 말했지만 회사와는 구분되는 리더만의 영역이 있다고 했다. 각 리더의 이런 특성까지 알면서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흠...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 ②번 역사를 정리하며 그러면 이 역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건 직접 경험해 보거나 혹은 직접 경험에 준하는 간접 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직접 경험에 준하는 간접 경험은 크게 사람에 의한 것과 그 리더의 활동을 통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업계 네트워크를 개인단위나 모임단위에서 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그때 순수하게 직무 지식을 스터디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스터디도 너무 좋다. 하지만 다양한 업계/회사에서 모인 만큼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로도 잘 활용하면 좋겠다. 보안사항이 아닌 선에서 그리고 단순 특정인물의 뒷담화가 아닌 선에서는 정보교류이다. 스터디하는 관점에서 실제 리더의 스타일이나 그 조직의 상황들을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은 그런 리더분들 중에 SNS를 하는 분들이 원체 많아서 그것들을 통해 그들을 알아가는 간접 체험도 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쌓인다면 어떤 A라는 CTO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는 현황 업데이트에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추론해 내거나 혹은 확인해 낼 수 있다.


③ 내/외부 큰 사건의 역사

이건 정말 말 그대로 회사 내부에서의 선택에 의해서나 일부 리더차원이 아닌 큰 사건들을 의미한다.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상식적으로 알고 있게 되면 여러 가지 변화들에 대해 이해의 폭이 증가하기도 하고 이력서 안에서 보이는 특정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  

법적/제도적 이슈에 따른 회사의 직/간접적 타격 (ex. 타다, 닥터나우 등)

대규모 구조조정(타의) 혹은 엑소더스(자의) : ①번 역사가 아닌 이유는 생각보다 선제적인 전략적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제 논리에 따른 매각/인수합병 혹은 경영진 교체

코로나 등 글로벌 이슈에 따른 산업적 변화

회사의 투자사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 혹은 변화

금융 / 보안 정책 변경에 따른 회사들의 대응 이슈


▶ ③번 역사는 그냥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본인의 상식을 많이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단지 1차적으로 뉴스를 보고 그치기보단 그 뉴스를 통해 스스로 해석/판단해 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증권가 애널리스트처럼 정부 입법/정책의 변화에서 어떤 산업이 영향을 어떻게 받을까를 해석해 보는 것이다.




앞에서도 고급 편이라 설명했던 이유는 이런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도 하지만 고급 레벨이 아니면 이것들을 수행하는 여유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급이상의 시니어/베테랑이 되어야 기존 업무를 잘! 수행하면서도 이 정도 고급 영역을 수행할 여유가 생긴다. 이 글을 쓴 배경은 '이런 것을 안 해서 넌 시니어가 아니다'가 절대 아니다. 본인의 성장/개발 관점에서 이런 방향도 있다 정도를 참고로 이드의 개인적 의견을 적었을 뿐이다.


채용에서의 성장이라면 많은 좋은 사람을 잘 채용시키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위해 많은 좋은 사람들을 아는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많은 좋은 사람들의 세대는 너무 빨리 바뀐다. 내가 아래 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내가 지금 CTO / CMO / CFO급을 누구를 몇 명이나 알고 있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당장 3년 뒤, 5년 뒤에는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또 신성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며 또 시장과 회사들에 충격을 줄 것이다.


역사를 알고 세대를 안다는 것은 그 흐름을 안다는 것과 같다. 

새로운 신성들이 나타나고 허리급이었던 분들이 헤드급이 되는 것은 0에서 1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전의 역사에서부터 분명 이어지는 것이고 흐름에 따른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를 그제야 이 분이 그전에 뭐 했고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특성이 있을까를 그때부터 조사하다보면 너무 늦기 쉽고 간과되기 쉽다. 역사는 흐름이고 그리고 수많은 데이터의 축척이다.


그리고 역사는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당장 마케팅만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그 트렌드가 돌아오고 있다. 한 때 앱 리텐션에 대해 회의적이라 자체 개발형에서 탈출하자는 트렌드도 있었던 것에 비해 최근 강력한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리텐션을 가져가는 디스커버리 모델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는 항상 되풀이되고 있다. 그 역사를 만드는 인재들 또한 다시 조명받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HR이야기를 많이 쓰지 않았지만 업계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HR 또한 꽤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치를 전달하는 분들보다 실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HR 또한 경력상 좋은 회사에 있었다로만 1차원적으로 인식되기보단 실제 그 회사가 당시 어떤 스테이지였고 그리고 CEO의 전략은 무엇이며 당시 HR은 어떤 일을 했어야만 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시장의 거품이 빠짐과 동시에 도리어 더 고단수의 사짜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채용 과정에서의 사람에 대한 의심과 검증은 더 치밀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쩌면 리크루터들에게도 고급 레벨의 역량이 더 요구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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