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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Jul 17. 2022

나를 대접하기 위해 내 취향 알아내기

하늘엔 비행기, 바다엔 잠수함, 땅엔 탱크 빼고는 다 먹어(?)

단지 나를 대접하고 싶었을 뿐인데, 

나를 대접하려면 나를 알아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취향 알아내기.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하시던 말이 있다. 

우리 애들은 하늘엔 비행기,
바다엔 잠수함,
땅엔 탱크 빼고는 다 먹어 

아빠는 우리 삼 남매가 잘 먹는 게 그 무엇보다 기뻤는지 항상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순대 내장, 멍게 등 보통 아이들이라면 손도 안대는 음식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좋아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ㅎㅎ) 

또한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식도락 여행을 했다. 회를 먹고 싶으면 곧장 바다로 가서 회를 먹고 왔고, 제철 음식은 그냥 지나치는 일 없이 꼭 먹었다. 먹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렇게 자라서인가. 처음 보는 음식도 기꺼이 도전해보며 먹는 것 자체를 즐겼다. 


아빠가 해준 가리비 찜과 대하 찜


하지만 도전에도 한계는 있는 법. 10대까지는 양파, 피망, 마늘, 고추 등의 채소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던 탓인지 편식을 했다. 20대에는 자취를 시작하면서 재료 각각의 역할을 알게 되었으며, 한 가지 재료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요리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거들떠보지도 않던 재료들을 내 손으로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계 곳곳으로의 여행, 키토제닉 식단을 경험하며 맛 취향이 격변하는 20대를 거쳤다. 



내 입맛의 변천사.

- ~9세 : 먹는 것을 좋아하고 식탐이 많았음. 피망 양파 등 채소 편식. 
- 10대 : 여전히 편식을 하지만 사회화 탓으로 나눠먹는 것을 좋아함.  
- 20대 : (격변의 시기) 자취를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나를 위한 요리를 시작함. 여행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하고, 특히 유럽 여행을 통해 빵순이가 되어버림. 키토제닉이라는 식단을 접하며 안 먹던 탄산수와 파프리카를 좋아하게 됨. 기름진 음식에 곁들이는 고추의 맛을 알게 됨. 
- 30대 : 또 어떤 식재료를 접하게 될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함.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것. 

재료 본연의 맛이 나는 것을 좋아함.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심심한 음식을 선호함.
매운 것은 잘 못 먹음. 
가장 좋아하는 육류는 닭고기. 부드럽고 활용도가 가장 높기 때문.
해산물 러버. 특히 갑각류를 사랑함.
밥보다 면. 삼겹살 먹고 냉면 안 먹으면 가족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


음식에 진심인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일단 먹어보는 습관과 함께 여전히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면, 선입견 없이 일단 먹어보자.


우리 아빠야말로 가리는 음식 없이 모든 걸 다 좋아한다. 

아, 딱 한 가지. 물에 빠진 고기는 안 드신다.



우리 가족의 연말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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