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마일리지를 적립하며 살아가기
살면서 많은 금액의 복권이나 큰 경품에 당첨이 된 적이 있는가.
20살 초반에 친구 따라 샀던 로또에 5천원이 당첨되거나 일정 금액을 초과하게 구매하면 추첨권을 주는 5등까지 있는 꽝 없는 뽑기에서 4등 정도 되는 정도의 소소한 경험을 제외하면 당첨이란 말은 인생에서 전무했다.
얼마 전 자동으로 응모 신청이 된 경품 추첨에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상품은 디자인이 예쁘고 성능이 좋다고 소문난 약 30만원 상당의 고가 토스터였다. 자동 응모였던 터라 기억은커녕 당첨 문자를 보고 ‘요즘 문자사기는 정말 발전했구나’ 싶었다. 당첨 확률이 약 2000명 중 1명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하는 게 더 이상한 수준이다. 그런데 웬걸. 다시 제대로 읽어 보니 진짜 당첨이었다. 사실을 인지하고는 마음속에서 절규하며 눈이 커졌다. 당황스럽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매우 놀랐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고 다시 한번 마음에서 소리쳤다. '이런 엉뚱한 곳에서 내 운을 쓸 수 없어!!!'
난 착하게 살아야만 한다. ‘착하게’라는 기준이 애매할 때는 적어도 스스로 떳떳하게 행동해야만 한다. 차가 없어도 무단횡단 하지 말아야 하고 길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야 하며 쓰레기통 옆에 떨어져 있는 내가 버리지 않은 쓰레기조차도 주워서 제대로 넣어야만 한다. 이런 행동들을 하는 이유는 심성이 올곧아서가 절대 아니다. 그저 ‘운’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것이다. 내가 애초에 심성이 올곧은 사람이었다면 이른바 ‘착한 행동’들을 할 때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난 철저히 의식하고 행동하고 있다. 착한 행동을 한 가지 할 때마다 나의 인생 운 마일리지가 1포인트씩 적립되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모은 운 마일리지는 자동으로 합산되고 자동으로 삭감된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욕을 한 번도 안 했으니 10포인트를 얻었다면 어느 날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던 자전거에 부딪힐 뻔했으나 간발의 차로 피한 상황에서 운 마일리지가 10포인트 삭감되는 식이다. 만약 평상시에 틈틈이 운 마일리지를 적립해 두지 않았다면 잔고 부족으로 ‘운 없는 상황’을 곧이곧대로 맞닥뜨려야 한다. 이것이 나의 삶의 지론이고 행동들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나 아득바득 모으고 있는 운을 이미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큰 병이나 사고 없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지금, 매일 좋은 운을 꾸준히 소비하고 있는 것일 수도. 만약 지금까지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더 큰 불로 번지지 않고 그 정도로 끝난 게 좋은 운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운을 계속 쓰고 있든 아직 쓰지 않았든 계속 운을 모아야만 하고 모을 것이다. 평생. 그리고 언젠가는 찾아올 임종 직전의 순간에서 생각하겠지 ‘아! 평생 운을 모은 덕분에 이 정도로 끝나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