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사람만 기억에 남는다

이상형에 관하여

by 이영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근황을 주고받다가 서로의 이상형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내적인 장점들을 제외하고 이성의 외모만 봤을 때 호감이 더해지는 요소가 있냐는 질문에 단발머리라 답했다. 사실 머리 길이는 전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호감이 있었던 사람들을 대부분이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귀납적 추론법으로 대입해 보면 나도 모르게 단발머리를 선호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친구가 말했다.

“단발머리인 사람들은 대부분 왼손에 숟가락, 오른손에 젓가락을 들고 양손으로 밥 먹는 거 알아?”

그 말을 듣자 약 2초쯤의 짧은 순간에 과거 몇몇 사람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신기하게도 모두 양손으로 먹고 있던 것 같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양손을 쓰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머리 길이와 양손을 쓰는 것은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 고민했다. ‘고개를 숙이면 머리끝이 입에 닿을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안정적인 자세로 먹기 위해 양손을 쓰나?’ 이따위 어설픈 생각만 들었다.

“신기하네… 왜 그런 거지?”

친구는 ‘잡았다 요놈!’의 표정을 짓고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넌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밥 먹을 때 양손을 써. 평소에 다른 사람들은 네가 관심 있게 본 적 없어서 모르는 거고 단발머리 사람들은 네가 주의 깊게 봐서 기억나는 거고!”


최근 명절에 부모님 집에 가서 가족들과 밥을 먹었다.

우리 엄마는 양손으로 식사하고 계셨다. 전혀 의식해 본 적이 없었다. 여러모로 부끄러웠다.

(여담으로 우리 엄마는 평생 쭉 어깨를 넘는 긴 생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계획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