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대용 캡슐'이 개발된다면?

캡슐로 식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by 이영

사랑을 가득 담은 엄마의 집밥은 0순위로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 1순위를 꼽으라면 나에겐 단연 ‘햄버거’다. 사실 가장 좋아한다기보단,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인과관계를 제대로 잡아본다면, 좋아서 자주 먹는 게 아니라 자주 먹다 보니 익숙해졌고, 익숙해진 만큼 좋아졌을 뿐이다. 햄버거를 자주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대한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효율’이다.
빵과 고기, 채소를 한 번에 삼키며 영양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구조이며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접근 가능한 프랜차이즈가 즐비해있다. 맛은 대체로 일정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또한 주문과 조리가 빠르고, 먹는 시간 또한 짧다. 맛, 영양, 편리함과 쉬운 접근성, 합리적 가격까지 모두 잡은 ‘완벽 효율’ 음식이기에 자주 먹고 좋아한다. 이 정도면 효율이라는 단어에 거의 최적화된 음식이 아닐까.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햄버거는 ‘불만족 없이 생존’을 가능케 하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다. 나는 식욕, 식탐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소식좌’는 아니다. 포만감 충족과 필수 영양분을 섭취하려는 확고한 목적에 기반한 수단으로 정량의 1인분을 먹는다. 그리하여 적당히 배가 차고 영양이 부족하다는 느낌만 없다면 만족하기에 ‘즐거운 한 끼 식사’에 대한 큰 미련이 없다. 식사는 나에게 있어 삶의 쾌락을 주는 부분이 아니라 생존의 유지다.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설렘일 수 있지만, 나에겐 번거로운 일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언젠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영양과 포만감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식사 대체 캡슐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씹을 필요도, 조리할 필요도, 뒷정리할 필요도 없는 캡슐. 입에 털어 넣고 물 한 모금이면 하루가 유지되는 시스템. 그 정도면 내겐 충분하다. 먹는 즐거움 없이도 살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게 더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는 사회적으로 여전히 엄청나게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식사의 목적이 나에겐 ‘생존’이라 해도,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는 전혀 다른 목적을 띤다. 정확히는, 식사 자체보다도 ‘식사 자리’가 그렇다. 가족, 친척, 친구,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 심지어 첫 만남의 누군가까지. 서로를 마주 앉히는 가장 무난하고 효율적인 방식은 여전히 식사다. 말을 꺼내기에 어색하지 않은 구조, 시간의 구실, 자연스러운 시선처리, 대화의 맥락.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식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가장 전통적인 합의 장치다. 식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자리의 중요성은 100% 동의한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여전히 한 사람을 만나는 가장 무해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식사 자리는 지금 보다 더욱 많아져도 괜찮다고 여긴다. 누군가와 무해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


때문에 ‘식사 자리’는 지금도 너무 중요하고 미래에도 그 의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설령 언젠가 정말 ‘밥 대신 캡슐’이 발명되어 상용화되더라도 누군가와 마주 앉아 밥을 함께 먹는 시간만큼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님이 보고 싶어 오랜만에 고향에 들렀을 때 바쁜데 뭐 하러 왔냐는 무뚝뚝한 말끝에 숨긴 환한 반가운 인사에 대한 대답으로 엄마가 만들어준 밥 한 끼가 그리워 먹으러 왔다는 핑계를 슬쩍 내밀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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