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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Apr 21. 2022

잠이 빌런이다

매일 발행 19일차

(20% 정도는 졸면서 쓰는 글)


주인공과 대결하는 적대자를 빌런이라고 정의할 때, ‘잠’은 충분히 제이 인생의 빌런이라고 할 만하다. 싸움을 싫어해서 뭐든 웬만하면 참아 넘기는 제이가 매일매일 싸우는 유일한 상대가 바로 잠이다. 아침에도 싸우고 밤에도 싸운다.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밤에는 글 쓰느라.


잠과 매일매일 대립하지만 '악역'이라고 못박아버리기는 또 좀 뭐하다. 잠을 자지 않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 나아가 생명까지도 지켜낼 수 없다. 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잠이 주는 효과를 한껏 누리며 화목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잠은 휴식이자, 가족이고, 행복이겠지.


하지만 제이의 잠은 제이를 매일매일 괴롭힌다.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대체 언제쯤 돼야 잠 때문에 괴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몇 살을 더 먹어야 새벽녘부터 저절로 눈이 떠지며 '아, 잘 잤다!' 하고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는 걸까?


물론 제이도 이불 덮고 누워서 잠드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자는 동안은 괜찮다. 하지만 자고 싶은데 잘 수 없는 모든 시간에는 잠이 웬수가 된다. '하루종일 안 자도 전혀 졸리지 않는 약' 같은 걸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피곤한 일상.


적대자를 대하는 태도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따라 천차만별일 테다.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캐릭터도 있고, 슬슬 구슬려서 이용하는 캐릭터도 있고, 무력하게 순응하는 캐릭터도 있고, 끈질기게 저항해보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듯 매번 지는 캐릭터도 있고, 최대한 만나지 않도록 회피하는 캐릭터도 있겠지.


솔직히 말해 제이는 그냥 순응하고 싶다. 잠이 오면 자고 싶다. 싸우기 싫다. 하지만 먹고살자면 아침마다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하고, 더 같이 놀자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잠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어쩌면 잠이라는 천사를 빌런으로 만든 진짜 악역은 직장인지도 모른다. 직장만 아니면 잠과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장 또한 제이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니, 역시 악역으로 땅땅 못박아버리기는 뭐하다.


그렇다면 진짜 빌런은 누구일까? 제이를 괴롭게 만드는 근본 원인, 제이가 끝내 물리쳐야 하는 최종보스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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