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대책도 없이 장편 연재를 질러버렸다.
장편소설을 쓰겠다며 <계간 쓰는사람> 휴간에 들어간 게 대략 6개월 전. 늘 그랬듯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며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높은 담장을 쳐놓고 그 안에서만 하염없이 서성대는 기분이었다.
연재를 시작한다는 건, 담장 안의 나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올려 담장 밖으로 꺼내는 느낌이다. 일종의 '내쫓김'일 수도 있지만, 집어올리기로 결정한 사람이 나인 만큼 '탈출'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온전히 내 힘과 의지만으로 이 담장을 뛰어넘으면 좋겠지만, '연재'라든가 '마감'이라는 물리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소설 한번 써볼까?' 하고 뚝딱 책 한 권을 써내는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10년 해도 안 되면 안 되는 거다, 성격 탓이든 재능 부족이든 나는 애초부터'안 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안 쓸 건 아니니까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볼 수밖에. '마감이 없으면 못 쓰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되면 또 어떤가? 호텔방에 가둬놔야 쓰는 작가들도 그냥 그런 스타일일 뿐.
나는 이 담을 뛰어넘기로 결정할 수 있고, 이제부터는 담 밖에서 살기로 결정할 수 있고, 실제로 담 밖에서 살 수밖에 없도록 내 위치를 옮겨놓을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좌절과 혼돈에 빠지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과연 내가 이 『다음 세상에서』를 완결할 수 있을까?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다.
『다음 세상에서』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inthenext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