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함에 의한 공허
지도상에 나와 있는 그 거리는 뻔하다.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집에서 걸어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스무 걸음쯤 걸어가면 정류장에 도착한다. 작고 네모난 전광판을 올려다본다. 5분 후 도착 혹은 그보다 더 빠르거나 늦거나.
주로 거기에 가는 길은 오후다. 그러니 쓸쓸하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그림자가 휘청거리며 길어져서 쓸쓸하고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서글픔을 감출 그림자가 없어서 쓸쓸하다.
끼익. 버스가 도착한다. 문이 열리고 두세 개의 계단을 올라 요금을 지불하고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버스는 세 개의 정류장을 지나 나들목을 빠져나간다. 다시 도심으로 들어갈 때까지 자유로를 달린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가로축을 '월'로 하고 세로축을 '일'로 해서 좌표평면을 만든다. 그 위에 점들이 찍혀있다. 만났던 시간이 점으로 남았다. 3월 5일의 점과 3월 12일이 만든 점이 이어져 선이 될 수 있을까. 또 4월 어느 날의 점과 또 다른 날의 점이 이어져 선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5월도, 6월도 선이 될 수 있을까.
3월이 만든 선과 4월이 만든 선이 이어지고 4월의 선과 5월의 선이 이어져 면이 될 수 있을까. 그 삼각형에 6월이 세워지고 7월 8월도 세워져서 드디어 만질 수 있는, 만져서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의 사면 입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쓰다듬어 볼 수 있는 '면'도 아닌, 엄지와 검지를 벌려 길이를 재 볼 수 있는 '선'도 아닌, 기억의 눈에만 보이는 '점'과 점'과 '점'들. 점점이 흩어져버릴 것 같은 순간들.
망연한 시선 끝에서 동공을 뚫고 들어와 맹점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