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방문 손잡이를 아주 천천히 살짝 돌렸는데도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난다. 잠든 귀를 깨웠을까 봐 잠시 문 열기를 멈춘다. 다시 조용히 문을 연다.
두세 시간 간격으로 진통제를 맞는 사람의 방이다. 다행히 문소리에 깨지 않고 잠들어 있다. 보호자로 같이 있는 아내도 자고 있다. 처음 입원했을 때는 이 사람도 아내도 작은 인기척에 눈을 떴다. 보름이 지난 지금은 낯섦이 익숙함이 되어버려 그렇지 않다. 한 번 정도는 통증으로 깬다. 밤에는 그가 이렇게 한 번 정도만 깨고 잘 잤으면 한다. 지금의 내 바람이다.
손전등의 불빛을 손으로 가리고 수액이 잘 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발소리를 안 내려고 애쓰면서 나온다. 소리가 안 나길 바라며 아주 아주 살그머니 문을 닫는다.
옆 방의 환갑이 지난 남자는 보호자 없이 혼자 있다. 아직 혼자 밥 먹고 혼자 화장실 갈 수 있다. 가끔 복도에 나와 산책도 한다. 왜 아직 안 주무시냐고 묻는 내 질문에 자정 전에 자면 이른 새벽에 깨서 차라리 늦게 잔다고 말한다. 불편한 점 있으면 부르시라고 하고 방을 나온다.
“아 좀 더 있다 가지. 혼자 티브이만 보다가 말하니까 좋았는데. 하하”
심심한 남자의 너스레에 같이 웃고 방을 나선다. 생의 마지막을 보내러 온 사람들이 모인 이곳도 항상 심각하지는 않다.
사십 중반이라는데 아직도 삼십 대처럼 앳돼 보이는 건너편 방 여자는 웅크리고 누워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일어나 앉는다. 영 잠이 오지 않나 보다. 화물 트럭을 운전하는 남편이 먼 남해에서 보내준 꽃 사진을 보고 있었단다. 다음에는 같이 가자는 카톡을 하는 중이었단다. ‘다음 봄’이라는 말을 웃으며 하는데 나는 먹먹하다. 남편도 잠 못 드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엄마를 닮은 스무 살의 딸은 낮고 좁은 보호자 침대에서 잠이 들어 있다. 누가 들어와도 나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이 들어 있는 모습이 천진하다. 침대에 앉은 엄마 대신 딸아이의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주고 병실을 나온다.
여기는 호스피스 병원. 언제 어느 방이 빌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을 때 방을 떠나리라는 것을 방 주인들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병이 주는 통증으로 힘들어하지 않고 잘 잤으면 좋겠다. 아니 마지막까지 덜 아프게 보냈으면 좋겠다.
병실을 다 둘러보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보낸다.
‘오늘 밤 잘 자요, 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