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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May 05. 2023

한 번 어린이는 영원히 어린이




인생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 그거 이미 어릴 때 놀이터에서 알았는데, 그네를 타도 올라갔다 내려오고, 미끄럼틀을 타도 그랬지. 시소는 어떻고? 내가 내려와야 친구가 올라갈 수 있었잖아. 그땐 그게 신났는데. 높이 올라갔다가 아찔하게 내려올수록 더 신났지. 꺄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꺄르르 웃고. 


비눗방울 놀이도 재밌었는데. 동그랗게 부풀다가 무지개색으로 빛나다가 높이 올라가다가 팡 터져버리면 재밌어서 깔깔 웃었지. 깡충깡충 뛰면서 웃고 달리면서 웃고. 자꾸 방울을 만들고 자꾸 터뜨리고 자꾸 웃고.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올라갈 때는 아슬아슬하고 내려올 때는 힘겹지. 부풀린 것들이 터져버릴까 봐 겁이 나지. 신나는 일은 없고. 재밌는 일도 없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데도 숙제는 있고, 학교 다닐 때보다도 점점 더 많이 늘어나는 기분이야. 풀리지 않는, 해석되지 않는, 아무리 찾아도 답이 없는 숙제들.



솔직히 어린이였을 때 항상 즐겁지는 않았어. 속상해서 울고 슬퍼서 울고 겁나서 울고, 너무 무서우면 울지도 못했지. 


오늘은 어린이날. 어둠 속에서 숨을 참고 쪼그리고 앉아있던 어린이들아, 숙제 속에 숨어버린 어린이들아, 내려오는 것의 두려움과 터져버리는 것의 무서움을 알아버린 어른 속의 어린이들아, 이리 나와. 



나와서 신나게 재밌게 놀아. 선물도 받고. 누구에게 받냐고? 그건 당연히 어른인 나에게 받는 거지. 그래서 나는 내게 내 바디롸인을 닮은 땡땡땡땡땡을 선물했어.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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