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by 최희정

일 년에 몇 번 온라인으로 직업 교육이 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강의를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문제를 푼다. 여태까지는 4지 선다형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강의도 내용이 많고 복잡했지만, 서술형 문제를 내려받아 풀어서 홈페이지에 올려야 했다.

같이 일하는 H조무사는 60대 중반이다. 그분은 부지런히 강의를 듣고 서술형 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나는 하기 싫어서 미적거리다가 끝내야 하는 날을 며칠 앞두고 겨우 제출했다. 그런데 서술형 문제를 제출하는 방법을 살펴보니 내려받은 파일을 제출자 이름으로 바꿔서 내라는 설명이 있다. 설명을 읽는 순간 불현듯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아이참, 이걸 어떡하라는 거야.”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

그날따라 바빴다.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는 중에 H조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쳐다보면서 뭐라고 몇 마디 더 하셨지만 나는 내 일에만 집중했다.

“혹시 네이버 아이디 있으세요?”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메일을 보내본 적이 있냐고 물으니 그런 경험도 없단다.

“내가 그런 거 쓸 일이 뭐가 있겠어. 난 아직 돈 보내고 찾는 것도 은행 가서 해. 컴퓨터로 안 해.” 그러신다. 그러니까 그분이 답지를 제출하던 그날 했던 혼잣말은, 그냥 혼잣말이 아니라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었는데 나는 내 일에 바빠서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그제야 H조무사를 붙잡고 답지 제출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물어보았다. 파일명을 제출자 이름으로 고쳐서 내셨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내 설명을 듣더니 금방 속상한 표정이 된다. 나는 파일 이름을 바꿔주고 다시 올려 주었다. 솔직하게 도와달라고 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한 그분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다음 날은 나보다 몇 살 나이가 적은 다른 D조무사와 같이 일했다. 답안을 제출했냐고 물으니 머뭇거린다. 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전에는 오랫동안 남편과 세탁소를 했었다는 말을 들은 게 얼핏 떠올랐다. 이분께도 이메일을 보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없단다. 답안 작성은 다 했냐고 물으니 그건 다 했다고 종이를 보여준다.

“여기에 답안을 올리는 방법은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물건을 옮기는 방법과 같아요. 우리 탈의실에 사물함이 여러 칸 있잖아요. 그중 1번 칸에 들어 있는 물건을 8번 칸으로 옮기려면 일단 1번 칸에서 물건을 찾은 다음에 꺼내서 8번에 넣어야겠죠. 1번 칸을 이 컴퓨터라고 생각하세요. 8번 칸을 저 교육원이라고 생각하시고요.” 듣는 분은 알 듯 말 듯 한 표정이다.

“자 이제 여기서 꺼내서 저기로 옮길게요. 이렇게 하면 돼요. 다 된 거라고 알림이 뜨네요.” 내 말을 듣고 안심하는 표정으로 변한다. D조무사의 표정을 보면서 H조무사에게 괜히 미안했다. 난 눈치가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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