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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Jun 18. 2022

십 년 뒤에


어제 어떤 분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는 인사를 하면서 십 년 뒤쯤 한 번 만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십 년 뒤에도 안녕하게 우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잘 쓰는 말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이 사는 터가 들어있는 강산이 변하면 사람도 당연히 변한다. 그러니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십 년이면 흐려지거나 멀어질 수 있다.

빨리 뜨거워졌던 관계는 빨리 식었다. 빨리 가까워졌던 관계는 빨리 멀어졌다. 나에게 자기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하던 친구가 먼저 등을 돌렸다. 나의 친절에 나를 천사라 칭하던 사람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내게 살의가 느껴진다고 악담을 했다. 내 태도는 변한 게 없었다. 단지 자신들의 이해에 맞추지 않는 내가 불편했기 때문에 그들이 먼저 멀어져 갔다. 돌이켜보니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배려했던 관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에 말린 것을 '엿기름'이라고 한다. 이것을 우린 물에 밥을 넣어 삭힌 것이 식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식혜가 잘 삭기 위해서는 너무 뜨거워서는 안 된다. 국물이 달아지고 밥알이 동동 떠오를 때까지 여러 시간이 걸린다. 좋은 사람들과 달달하게 오래 보고 싶다. 그래서 너무 뜨겁거나 너무 가까워지지 않게 조심한다.​

십 년 뒤까지 오래 보고 싶은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여기저기가 쑤시고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기본인 나이다. 이미 크게 병치례를 한 사람들도 있고 지금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는 서로 건강하게 잘 지내다 만나자고 하는 인사가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된 것이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건강하게 무탈하게 오래 같이 잘 지내고 싶다. 하여 십 년 뒤에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같이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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