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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잭 라 이르 Nov 28. 2024

투명한 키스




이틀인가 먹다 남은... 어묵으로 맛을 낸 미역국에 두부를 잘라 넣었다. 면을 적셔 먹고 싶어서 찬장을 뒤적였다. 작년 겨울이라고 적힌 당면은 샛노란 옷을 입고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투명한 것들은 무슨 짓을 해도 결국 쓸쓸한 것일까.

누가 저 쓸쓸한 이를 가만 내버려뒀을까. 투명하게.


스스로가 투명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쳐 다짜고짜 찬장을 열고 그거 어디 갔냐고 따져 물을 리 만무하지만... 나는 수시로 라면과 파스타, 생선이나 콩이 응축된 통조림 같은 것들로 성벽을 쌓아 올리고는 그것을 성 안 깊숙이 감춰두었다. 투명하게.




자른 당면이라고는 했지만 실수한 듯 길쭉해서 미역처럼 아무 그릇에나 담아 불릴 수가 없었다. 당치도 않은 아이디어 상품이랍시고 당면을 불리기 위한 용기마저 새로 제작해 팔아먹을 놈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와 담배를 또 물었다. 요리할 때에도 조리와 정리는 연속동작이기 때문에 빈틈이 없어야 하지만 내가 모르는 틈으로 실컷 담배연기는 삐져나왔다.


기업은 진작 호흡의 틈에서마저 이윤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숲길을 걷는 듯 상쾌한 호흡을 제공했고 구수한 흙냄새가 그리울 때와 상큼한 레몬을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순간마저 상정해 두었다. 지금 같은 몰입의 순간에도 도움인지 훼방인지 알 수 없는 존재는 물끄러미 곁을 지켜 앉아 있다.


    언제든 나를 만져도 돼.

    넣어 줘.

    그리고 뜨겁게 키스해.

    더 깊은 숨질을.

    일렁이는 춤결을.

    사라지지 않게.

    계속계속.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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