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로 심산한 바람에 조금 쉬어갈까 했지만... 하필 저놈의 헛물 담긴 밥그릇에 홀랑 빠져가지고는 제멋대로 날름대는 혓바닥 놀음에 버둥대는 날벌레 된 것마냥 무력한 꼴은 더욱 견딜 수 없으므로... 놈처럼 예정에 없던 얘기나 해야겠다. 나도 그냥 밀어붙여 보련다.
밀어붙이자 몸은 국가가 되고 담배는 파르테논 기둥처럼 거대하게 솟구쳐 어렵사리 따낸 몰입은 박살나고 흐름도 부자연스러워졌지만... 감사히 받겠다. 살다 보면 땅이 흔들리고 산이 무너지는 순간이야 몇 번이고 돌아오는 것이니... 허나 그때마다 손 놓고 멍하니 담배나 빨고 있는 모습이라면... 더는 받지 않겠다. 결심에 있어 적당한 분노는 도움이 되기도 하니 도리어 고맙게 생각하겠다.
그래도 사람은 말이야. 세포가 분열하고 우주가 팽창하듯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신이 따라 분열하고 팽창하지 못하면. 이기심을 홍익인간으로 확장시킬 줄 모르면. 마음만 쏙 빼놓고 비만하게 되면 말이야. 살로만 출렁댄단 말이야. 별수 없이 자기는 다 큰 줄로 알게 된단 말이야. 아주 딱하게 말이야. 놈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놓고 배를 내미는데. 내쉴 줄 모르고 들이마시기만 하는데.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이리 하고 있나 싶고. 부끄럽고. 죄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죄스럽고. 아니라 내가 틀려먹었나. 차라리 저게 인간다운 삶인가 싶은 한탄만 드는걸. 지난밤이 우리들의 본색이라면 나는 너와 같은 공기로 숨 쉬고픈 생각이 없단 말이야. 진즉 내 몸이 파업된 이유란 말이야. 그러니까 어디 한번 실컷 저질러 보란 말이야. 다른 세례 좀 받아 보게.
밤새 경직된 몸을 풀다가, 종아리 근육이 늘어나며, 시큼한 통증으로부터, 금연도 가볍게 스트레칭 시켜보면 어때. 쭉쭉 늘려서 미지의 가능성을 엿보자. 실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냥. 재미삼아.
이미 냉장고와 화장실 문짝에다 금연해야 하는 까닭에 대해 간략히 붙여두었어도 쭈욱 늘어뜨려 보자. 1)무엇보다 금연을 하게 되면 지출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날로부터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앞으로에 대해 아직까지 무엇도 결정 내리지 못했으므로 나는 시간을 좀 더 벌어야 하며 만약 지출 감소 혜택을 받게 된다면 휴전선을 외줄 타듯 하는 이 위태로운 평화를 좀 더 즐길 수 있다. 2)젖꼭지를 뗌으로써 보다 주체적인 어린이가 될지도 모른다. 3)쓰레기가 줄어든다. 4)쓰레기를 버릴 때 겸사겸사 편의점에 다녀오지 않아도 된다. 5)두피에 혈액공급이 원활해져 줄어든 머리숱이 수복된다. 6)혈액순환이 잘 되어 수족냉증이 완화된다. 7)독소가 빠지면서 몸의 염증이 가라앉는다. 8)따라서 비염과 만성부비동염에서도 해방된다. 9)해방되며 두루마리 휴지를 눈앞에서 치울 수 있게 된다. 10)그러면서 주의산만함이 해결된다. 11)그로부터 집중력, 기억력,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12)기분 관리 난이도는 하향된다. 13)그밖에 혈색이 좋아지고, 14)갑상샘의 기능이 개선되며, 15)시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 16)복권의 당첨확률이 올라간다. 이윽고 계획하신 모습을 되찾아 거룩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여백을 인정하지 않던 담배가 사라지면 그만큼의 새 공간이 열린다. 나이 들수록 사람은 협소해지기 쉬운데 주름살의 균열로부터 손을 넣어 벌릴 수 있고 실컷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틈이 생겨나 그 틈으로 한줄기 빛이 가슴으로 내리든다. 비로소 온전한 존재로 거듭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담배를 처음 입에 댔을 때와 같은 기침, 매스꺼움 등의 거부반응이 나타나거나 어지럼 따위의 혼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로부터 열에 일곱이 실패한다는 금연이지만 애초에 금연이 목적이 아니라면 어떨까. 더 높고 거룩한 뜻이 있다면야 금연 따위는 그 안에 쏙 들어가고도 남아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