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을 잘 만나야 내 몸과 같지

by 자진유리


귀마개도 모자라 이제는 내 집에서 마스크까지 차야하는 신세라니. 앞집은 왜 멀쩡한 현관문을 뜯어내는 걸까. 얼마 전에도 말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는 화장실을 죄다 때려 뿌수더니―그 먼지가 다 어디로 갈까―나날이 꼴값을 경신한다. 쓸데없을 만큼 돈을 쓸어 모았나 보지? 택배 기사가 맨날 한숨 쉬면서 올라오는 건 알고 있나? 왜 개인 엘리베이터라도 달아주지 그래. 집구석에서 뭘 그렇게 쪼물딱 만들어 내다 파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매일 아침 도와주는 사람까지 불러야 될 만큼 산더미를, 다 짓밟고 지나가버리고 싶단 말이야. 애새끼는 경건하게 저녁밥 좀 먹을라 치면 맨날 꽥꽥 소리 지르면서 바닥이 끓을 정도로 뛰어다니고(아랫집은 보살인가) 남편 새끼는 자정이면 뻐꾸기 시계마냥 현관문 꽝꽝 재껴대고 주의 좀 주니까 한동안 신경 쓰는 듯하더니 왜, 성미에 안 맞나 보지? 그래서 멀쩡한 현관문을 갈아치우려는 거야? 승질대로 살고 싶어서? 사고방식이 그따위니까 예까지 떠밀려 온 거겠지. 어떤 이웃이 니들을 참을 수 있을까. 무식한 놈들. 암만 생각해도 이 집은 나를 쫓아내기로 작정한 것 같아. (과대망상이야.) 그래서 하릴없이 터덜터덜 나선형 계단을 올라 빡스 깔고 옥상에 나앉아 있는 거야. 빌어먹을 하늘도 존나게 뿌옇네. 맘 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한 움큼도 없도다. 그래 사람이 별거냐 망할 지구놈의 이동식 공기청정기지. 그러니 내가 숨 쉬는 것만으로 감사하란 말이야. 별수 없이 니 똥이나 치우고 있는 신세지만 제발 부끄러운 줄 알고 똥부터 좀 예쁘게 싸볼 생각을 하란 말이야. 안 되겠다 늦기 전에 은가은을 호출하자. 쐬독 오를 것 같다. 저놈의 그라인더 이빨 털리는 소리와 콘크리트 분진과 이 좆같은 냄새 좀 어떻게 해줘. 콜록. 아, 뭔 개같은 경우냐고 이게.


바깥출입은 고사하고 중문조차 열 수가 없다. 공기청정기 눈은 아직도 시뻘겋게 충혈돼 있다. 괜히 도어락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으로 훔쳐본다. 미리 알려줬으면 신발도 다 넣어 놓고 현관문틈에 테이프라도 발랐지. 됐다. 어차피 청소는 해야 되잖아. 더는 미룰 수 없게 된 것뿐이다. 사전 통보 없는 소음 분진 공사는 명백한 민원 사안이라지만 집어 치자. 괜히 얼굴 붉히지 말고 잔소리도 말고 그냥 없던 일로 해. 억울한 거 하루이틀이냐. 까악. 어차피 상종 못할 인간들이다. 까악. 나도 까마귀 너이고 싶다. 현관문 없고 마스크도 없는 네가 부럽다. 그래서 쳐다보는 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