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날

by 육순달



동장군이 날

흔들어 깨워도

다시 자면 그만












어느새 한 자릿수로 떨어진 실내 온도 속에서 태연한 척 지내고 있지만 실은 궁상맞게도 이른 새벽마다 추워서 깨는 지경이다(바지라도 좀 입고 자면 좋을 텐데 이것저것 입혀 놔도 5분만 지나면 답답해서 벗어재낀다). 특별히 오늘은 동장군이 깨워주지 않았다면 얼어 죽었겠구나 싶을 만큼 몸이 찼다. 왜 그런ㄱ 하니 이런저런 까닭으로 그 무렵에 체온이 가장 낮아진단다. 아무튼 반쯤 눈만 뜨였을 뿐으로도 몸은 금방 따뜻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누운 채로 발목을 이용해 루피의 기어세컨드 마냥 종아리를 몇 번 튕겨주면 금세 피가 팽팽 돌면서 이불속이 훈훈해진다. 훈훈해지면 한발짝 나아간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새벽에 한파를 뚫고 부랴부랴 어디론가 향하지 않아도 되는 형편이란 얼마나 다행인가. 보일러 틀 형편이 안 돼도 미혹되지 않고 보일러를 틀기 위해 헛짓거리 하지 않아도 충만한 삶이 내 안에 있으니 또한 얼마나 감사한가.


(냉장고 깊숙이 손을 뻗어 넣어도 특별히 차가운 줄을 모르겠다ㅋ 안팎의 느낌이 거의 같다. 이러니 겨울철 환기도 문제가 안 된다. 신선한 아침 공기는 어쩐지 하나도 차갑지 않다. 신선 칸에 든 흙당근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너는 일요일 아침. 젖은 옷에서 김 난다. 서리 건조법이라나 뭐라나)




동장군(일본어: 冬将軍 후유쇼군)은 혹독한 겨울을 의인화한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 주기적으로 남하하는 시베리아 한기단을 말한다. 1812년 나폴레옹 1세의 러시아 원정 패배를 영국 언론에서 "general frost"라고 불렀던 것이 일본에서 번역하며 "동장군"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 한국어에서 "동장군"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확인 가능한 사례는 1948년 10월 15일 자 《동아일보》 기사가 최초이다.—위키백과

'서리 건조법(Frosttrocknung)'은 영하 기온에서 바깥에 세탁물을 널어 서리(동결) 후 승화로 건조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세균 번식 억제와 천연 살균 효과가 있어 위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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