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하늘에 연노랑줄 하나 그어져 있다.
곧 있을 아침의 태동인가.
끝에 걸린 눈물 자욱일까.
저 아련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모른다.
커튼은 내내 굳게 닫혀있고 탁상시계는 엎어져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다가오지 못한다.
아무것도 막아서지 못한다.
'아... 무러하다... 무렇다...'
나는 누린다.
그러므로 졸리면 아무 때나 잔다.
앞으로 벌어질 필연적인 상실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끝없는 애도와 뒤치다꺼리.
그런 앞날 따윈 없다.
배가 고팠고 추웠기 때문이다.
배고프고 콧잔등이 시린 이 순간이 너무나 기쁘고 아름답다.
이 순간 오직 내 체온만으로 뜨겁게 덮혀진 이불이 좋다.
번데기처럼.
이 겨울은 나를 또 어떻게 뒤흔들어 놓으려는 걸까.
자연과 내가 포개지는 유일한 시기.
겨울은 나의 정서가 어울리는 계절이라고 쭉 믿어왔다.
겨울은 추운 게 아니라 따뜻한 것이라고 늘 말해왔다.
겨울이 닥치면 뜨거움 숨을 똑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하족 사람들을 보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친숙함은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나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지혜만을 필요로 했다.
따뜻하기 위해 움직이는 삶.
그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다섯 시간.
해가 뜨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춤을 췄다.
얼음호수 위에서 춤을 추고 고기를 잡았다.
고기는 잡자마자 얼었고 나는 그것을 반만 먹고 초원에 던졌다.
사흘 치 장작을 미리 쌓아 두는 것만이 작은 욕망.
욕망은 매일 타올라 사라지고 남는 것은 온기였다.
순록이 풀을 찾아 이동하고 인간은 순록을 쫓아 이동한다.
풀은 스스로 자라고 태양풍을 걸러 지구를 숨 쉬게 했다.
나는 한 자리에서 다른 생명들을 끊임없이 키워냈으며 따라서 거저먹는 삶이기도 했다.
나도 그들처럼 따뜻한 말을 잘하는 듯했다.
다정하다는 말도 곧잘 들었다.
그런데 나쁜 말도 더없는 기세로 잘했다.
그래서 나쁨은 착함과 반대로 걷기로 했다.
착함이 한걸음 움직이면 나쁨도 질세라 한걸음 더 멀리 갔다.
걸으면 걸을수록 서로 멀어졌다.
걸으면 걸을수록 그림자는 늘어졌다.
세기말의 설국열차 달린다.
열차에서 뛰어내려도 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인간의 몸으로 실컷 누리다 오라고 말했을 텐데.
자고 일어나면 지난 것은 무너지고 습만 남는다.
습처럼 연노랑줄 그어지고,
나는 이 겨울 아침이 영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