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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Apr 17. 2024

얼굴 없는 세계

방치


한낮의 하늘은 황금이었다

금싸라기들 이불빨래 위에 쉬어가겠으나 나는 머지않아 탁탁 쫓아내고서

정녕 금이라면 고스란히 보따리 묶어 들였을까

산화하지도 못하는 골칫덩이를



몰랐지요 몸 씻고 나온 시원한 밤에 267을 들이밀며 머나먼 빨간 십자가 같이 매우 나쁘다 내게 경고할 줄은

돌이켜서 내 곁이 13이라고 살만한지도 잘 모르겠고요

시커먼 터빈이 돌거든요


이세계도 저세계도 몽땅 틀렸네요

나는 대체 어딜 들락거리고 있는 걸까요

어딘지도 모르겠고 아직 이름도 없습니다

내가 얼굴을 빼꼼 내밀 때마다 분명 들켰을 텐데


어쩐지 반달은 안 보이더라구

눈알을 뾰족히 모아야 나긋한 빛이 반쪽으로 일그러질뿐


반달이 아홉개로 젖어서 울컥울컥 빛을 뿜는다

넘어갈듯이 역전할듯이

톡 건드리면 펑하고 한낮일까

그럴거면 내버려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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