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개가 쫓아와요!
범준이가 더 어릴적에 산책을 나가 강아지를 만나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정확히는 주인이 안전하게 잡거나 입마개를 하고 만져보라고 할 때만 가까이 가는 걸 허용했다. 첫째는 동물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를 본능적으로 얕보아 위해를 가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낯선 관심에 강아지가 놀라거나 견주가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추피는 강아지가 무서워요'를 읽은 후로는 스스로 강아지와 거리를 두고 쪼그려 보는 것으로 습관이 굳어지긴 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서 내가 저지할 일이 적어지긴 했는데... 동물을 실제로 만지거나 접촉할 일이 없는 범준이에게는 동물이 무척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인가 보다. 오늘은 놀이터에 새가 있다고 반가워하더니, 한번 푸드득 대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나한테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엎어지고 말았다. 품에 안겨 한참을 머리를 파묻고있다 말하길 ‘무섭다’한다.
나는 동물을 보는게 예쁘긴 하지만, 선뜻 만지거나 가까이 하지 않는다. 어릴적 쫓긴 경험이 있어 무섭기도 하고 익숙치 않다. 범준이가 동물을 무서워하는 게 그런 나의 여과없는 반응과 제재가 아이에게도 두려움으로 전가된건지 아니면 아이들이 동물에 대해 가지는 자연스러운 반응인지 모르겠다.
'못된 개가 쫓아와요!’는 강아지가 무서우면서도 친해지고 싶은 범준이의 마음을 대변해 준 책이었다. 이유없이 못되고 사나워 도저히 가까이 가고싶지 않았던 개 컹컹이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적으로 피하기'가 아닌 ‘부드러운 손길과 애정’이었다. 주인공 ‘나’는 동물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친구로 받아들이는 데 성공한다. (그 관계 맺기의 과정을 맛깔나게 그려냈는데, 범준이는 대부분 이렇게 익살스럽고 개성있는 그림체와 내용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는 서정적인 그림책이 더 좋은데, 흑.)
여튼 범준이에게도 동물은 동물원에 가서 구경하는 대상이 아닌, 숨결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 받고 가족이 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거다. 그런 삶의 경험을 제공해 주지 못해 아쉽지만, 쉬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어렵다.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의 작용을 할까? 준이도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게 될까? 도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며.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만 익숙한 아이에게 동물이 주는 공생의 기쁨과 책임감을 전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 같다. ‘못된 개가 쫓아와요!’는 엄마가 느끼고, 경험해보지 못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주었다.
저자 : 마이런 얼버그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의 맏아들로 태어났고, 일찍부터 언어의 마술에 매료되어 자랐다. 이 책의 '못된 개'는 그의 손녀들이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바보 르무엘』,『브루클린을 날아서』들의 책이 있다.
그림 : 리디아 몽크스
영국에서 태어나 킹스턴 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 명예 학위를 받았다. 신문과 잡지에서 여러 작업을 했고, 『고양이갸 짖었어?』를 포함해서 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 단순해 보이지만 꼼꼼하게 그린 그림과 깜찍한 꼴라주로 여러 번 다시 보고 싶은 그림을 보여 준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옆 집 개들이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모습도 자주 본다.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