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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by 무릎

반지하_무릎


"어떻게 그 나이 먹고 풍선껌도 못 불어?"

나이 말고도 나보다

많은 것들이 많은 사람이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 모든 츄잉껌을 꼼꼼히 살펴보면

빠짐없이 어렵게 생긴 것들

나는 가장 싼 콘돔을 사는 마흔 살처럼

부끄러운 손으로 파티용 풍선을 샀지


한 번의 호흡으로 이뤄낸 풍선을 질끈

묶고서 입안에 넣는다.


내가 진앙이었으면 좋겠어.

입속에서

지친 풍선을 송곳니로 깨물었을 때

나를 둘러싼 것들이

급하게 연 서랍처럼 요동친다면

나는 풍선에서 껌의 첫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


작게 분 풍선은 경쾌하게 터지지 않는구나

아까의 호흡과 지금의 호흡이 막 섞일 때

불쑥 떠오른 당신

불규칙한 여진

오늘은 잠들기 전까지

규칙적인 불안에 사로잡힐 것을 확신한다


파티용 풍선을 물고서 잠이 들래

불었다 놓았다 하는 풍선은

오래된 낙과를 닮아가는구나

내 방 천장으로

풍선껌을 부는 사람들이

바나나 걸음으로 지나가고

나만 무가당, 무가당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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