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 무릎
자꾸 갈라져야 하는 나무는 얼마나 아플까?
어제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한한 숲과 오래된 삼각주 사이에서
길게도 길을 잃었다
어떤 초록은
가지 대신 가시에 꽂혀있기도 하다
본 적 없는 아빠의 폐를 상상하다 보면
나는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어서
가만히 앉아
손가락 다섯 개를
하나부터 다섯이 될 때까지 세고
다시 하나가 될 때까지 되돌려 세고
초록은 내 옆에서 저 끝까지
벌떡 벌떡 숨 쉬고
내일은 슈퍼에서 바나나를 볼 것이다
바나나는 더 갈라질 수 없어서
기린의 목을 닮아가며 달려가야 하고
그런 것은 꼭 나 같은 사람만
집었다가 놓았다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