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20]
손님이라곤 우리 테이블 하나뿐이다
종종 떨어뜨린 뻘건 초장들로 식탁이 매울 때쯤
대학 동기들은 스끼다시로 놓인 새우처럼
배를 굽혀가며 웃기 시작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취직기념으로 몇 차 째 계산을 하고 있고,
나만 이곳에서 혼자 갯벌이다
파도는 갯벌 아래로 들어가는 법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적시듯 나를 위로한다. 이따금의 빈도로
“나 먼저 갈게.”
뒤를 보지 못하는 내 걸음 밑으로 비린 진흙이 뭉텅뭉텅 쏟아지고
“왜 가?”도 없이 “잘 가!”만 하는 파도들
더 뒤로 몰려가선 포말들을 잔뜩 일으킬 것이다
횟집 밖 수조, 오징어 서너 마리가 물에 빠져있다
일어설 듯 버둥다리치는 저 열 개의 무른 다리들
바닥이 활시위처럼 당겨질 리 없다
그들은 결국 나아가지 못하고 떨어지는 화살이다
물결의 끝에서 방향을 잃는 오징어, 오징어들.
횟집 주인이 밖으로 나와
끝 닳은 화살들을 모두 거둬간다
미닫이 문의 끝소리는 칼날을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