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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Sep 21. 2020

#35 구두쇠와 손주부

이솝우화 구두쇠 편

이솝우화 구두쇠 편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옛날 어느 마을에 구두쇠가 있었다. 그 구두쇠는 번 돈으로 금덩어리들을 사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땅을 파서 묻어 두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곳을 찾아가 땅을 파 금을 꺼내 보고는 혼자 즐기다 다시 묻는 일을 반복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손주부가 있었다. 그 손주부는 번 돈으로 주식을 사서 아내가 모르는 계좌에 묻어 두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증권 회사에 접속해 잔고를 확인하고 혼자 즐기다 다시 로그아웃 하는 일을 반복했다.




아버지가 신입 사원이던 시절에는 현금으로 월급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월급날이면 빳빳한 현금이 가득 찬 두둑한 봉투를 들고 친구들과 술 한잔 하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남은 돈을 생활비 쓰라고 어머니께 건네주셨다고 하셨다. 요즘에는 월급이 나오면 인터넷 계좌로 들어간다. 마이너스 인생에서 잠시 동안 플러스 인생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틀 뒤 카드 결제일에 썰물처럼 다시 빠져나간다.


퇴직을 하고 나니 밀물은 없고 썰물만 있다. 그런 내가 걱정이 되셨는지 아버지가 글 써서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냐고 물어보신다.

지난 3개월간 글로 번 돈이 1만원 입니다.

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지난 3개월간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한 전기요금이 1만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아버지의 정확한 지적(팩폭)에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속마음은 이랬다.

지난 3개월 동안 돈은 많이 못 벌었지만, 돈 이외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제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이 나만의 고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글을 읽고 쓰는 순간 만큼은 행복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게 인생인데, 그럼 전 성공한 인생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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