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N2B는 연구자의 DNA
연구자는 언제나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싶다는 열망과, 성과와 평가라는 압박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연구자의 삶 자체가 N2B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자의 출발은 늘 부정에서 시작한다. “기존의 설명으로는 이 현상을 다 담을 수 없다(Not).”라는 의심이 없으면 새로운 연구도 없다. 부정은 연구자의 첫 호흡이다. 하지만 부정만으로는 길을 낼 수 없다. 연구자는 곧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다르게 볼 수 있다(But).”라는 전환 속에서 새로운 가설이 태어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반드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수집한 증거와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Because).” 이 과정을 통해 연구는 완결된다.
그러나 연구자의 현실은 언제나 이상처럼 단순하지 않다. PBS와 성과주의 제도 아래서 연구자는 종종 첫 단계에서 멈추고 만다. “이건 아니다(Not).”라고 생각하면서도, “하지만”과 “왜냐하면”을 제대로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과제 수행과 평가 지표에 쫓기며 구조가 끊겨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답답함과 좌절감을 호소한다. 구조의 부재가 연구자의 삶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연구자의 본능은 여전히 구조를 향한다. 좌절 속에서도 연구자는 또다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모으며, 이유를 찾아낸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힘은 바로 이 구조에서 나온다. 연구자는 Not에서 멈추지 않고, But과 Because를 이어가려는 존재다. 그것이 연구자의 DNA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과학자들의 삶이 모두 그랬다. 갈릴레이는 권력의 압박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마리 퀴리는 끊임없는 실험 실패 속에서도 이유를 찾아냈다. 연구자의 고통과 열정, 좌절과 희망은 모두 N2B라는 동일한 구조를 따른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연구자의 삶은 곧 N2B다. 부정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전환을 통해 길을 찾으며, 이유를 통해 설득한다. 제도가 흔들리더라도, 환경이 가로막더라도, 연구자는 이 구조 속에서 다시 일어선다. N2B는 연구자의 DNA이자, 연구자가 결코 잃을 수 없는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