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30일 문장채집 프로젝트_27

초심을 되찾기 위한 매일 '글 쓰/적는' 습관 실천하기

by Life Farmer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지은이 신효원


불안


보잘것없는 것들에 나는 자주 휘청거렸다. 도린곁에 외떨어진 깃털처럼 사소한 바람에도 온몸을 내어 주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쓸모없는 불안이었다는 걸 번번이 깨달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고스러진 날들이 이어지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먼 미래의 어느 날에 천진한 기대를 걸며 내게 무용한 위로를 해 댔다. 그러나 기대가 무람없이 커질수록 반대쪽에선 보란 듯 불안이 몸집을 부풀려 갔다. 살아 본 적 없는 시간에 거는 기대와 불안이 서로를 움켜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미래로 당도한 시간은 한 번도 생각 못한 것들을 던져 놓고 유유히 떠나 버렸다.

어느 날 불현듯 기대와 불안을 키우느라 버림받은 날들에 동정심이 일기 시작했다. 벌어지지 않을 일들에 기꺼이 마음 내준 시간은, 알 수 없는 먼 시간을 위해 조릿조릿 탕진해 버린 하루들의 합은 대체 얼마나 되는가.


만질 수 없는 시간을 위해 오늘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게서 받아 낸다. 시간에 또렷한 금을 그어 보기로 한다. 시침이 밤 열 두 시를 지나면 오늘이 완성되었구나, 수고했다 어루만져 주면서.


내 삶이 시시각각 투명하게 완성되거 있음을 나는 이제 알아간다. 내 삶 속,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며 나를 둘러싼 세계에 오롯하게 귀 귀울인다. 내 코끝을 타고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금세 데워져 따듯한 온기로 세상에 나온다는 것, 그 단순하고도 명료한 기적을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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