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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Apr 08. 2021

급식도 지도가 필요하다면

캐나다 학교와 한국 학교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을 꼽으라면 바로 점심시간이다. 캐나다 학교는 급식이 없으므로 교사와 학생 모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유치원부터 고학년까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단 10-15분으로 상당히 짧은 편이다.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차이점은 교사가 학생과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은 교실에서, 교사는 교사 휴게실에서, 각자 도시락을 먹는다. 심지어 유치원 교실도 그렇다. 런치 모니터(주로 고학년 학생이나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는 하지만 급식 지도를 위한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한 공간에서 점심을 먹는 것뿐이다.


캐나다에 살다 보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그 중요성에 대해 매우 동의하고 있는 듯한 덕목이 있는데, 바로 자기 통제력과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분명한 규칙과 함께 자유를 준다. 자유는 본인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이들은 그 자유 안에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인 충동들을 조절하며 바른 선택을 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시민의식을 배우게 된다. 그 과정 가운데 나타나는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은 교사가 아닌 학생 본인에게 있다. 교사는 결과를 책임져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야 할 규칙과 행동에 대한 결과를 끊임없이 가르치면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 4-5세 유치원 학생들도 담임교사 없이 점심식사를 한다. 본인이 속한 작은 사회 안에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인 충동들을 스스로 조절하며 선택에 대한 책임을 배운다.


만약 한국 초등학교 교사가 캐나다 교사처럼 교사 휴게실에서 따로 급식을 먹는다면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교사들은 학생들을 급식실로 인솔하고, 학생들과 함께 앉아 급식을 먹는다. 질서를 지키고 골고루 먹도록 급식지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급식 지도라는 것이 늘 뜨거운 감자다. 어떤 학부모들은 '골고루 먹게 해 달라', 어떤 학부모들은 '억지로 먹이지 말아 달라'. 요구가 제각각이니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다. 결국 교사는 자신이 정해놓은 원칙에 따라 급식지도를 하게 된다.


어떤 교사들은 배식받은 음식은 무조건 남기지 않고 먹게 한다. 아예 급식판을 입에 대고 남은 국물까지 마시게 하는 교사도 있다. 물론 골고루 먹고, 잔반을 줄여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의 지도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로 아이들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다양한 음식을 좋아하는 계기가 된다면 교육적으로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은 '초등 급식'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대체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점심을 먹는다. 특히 저학년 담임교사들이 그렇다. 생선이 나오는 날이면 서른 명의 가시를 발라주고, 요거트가 나오면 서른 개의 뚜껑을 따야 한다. 실수로 식판을 엎는 아이, 먹으라고 권하지 않으면 거의 안 먹고 남기는 아이, 먹는 데 집중하지 않아서 1시간 내내 먹는 아이, 김치를 더 작게 잘라 달라는 아이 등 다양한 이유로 손이 참 많이 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교사 한 명이 서른 명이 다 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것도 본인의 식사까지 챙기면서 말이다. 실제로 1학년 담임들은 3월 한 달간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니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장 쉽고 빠르지만 교육적인, 가장 현실적인 지도방식을 찾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캐나다 학교의 점심시간을 통해 급식지도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재고하게 된다. 급식지도의 가장 큰 목적은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음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급식지도는 당장 급식을 먹는 순간이 중요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나은 선택을 하도록 끊임없이 동기 부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보다는 올바른 식습관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 몸의 성장과 발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서도 음식을 취하거나 먹는 것은 학생이 가진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먹기 힘든 음식은 배식을 사양하거나 조금만 달라고 요청하게 하게 하는 것이 선택을 통한 배움의 과정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자유가 없다면 자유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충동들을 통제하며 자기 조절 능력과 책임감을 배울 길이 없다. 결국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잃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급식지도는 급식실이 아니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급식실은 교사가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자기 조절과 선택을 경험하는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간혹 급식이 맛없어서 아이가 쫄쫄 굶는다는 학부모 항의 사례를 본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을 배불리 먹이는 곳이 아니라, 올바른 식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곳이며,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 스스로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는 학생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알맞은 급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의 기호 및 영양을 고려하여 식단을 짜야한다. 권고 염도를 지키고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사용하는 등 급식 관련 법률적 근거에 잘 따라야 한다. 발달단계에 맞게 너무 맵지 않게 조리하고, 너무 크지 않게 배식해야 한다. 알레르기 상태를 파악하여 대체식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올바른 식습관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끊임없이 가르치고 권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는 학생이  나은 선택을 하도록 지도하는 사람이지, 선택의 결과까지 책임져 주는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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