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약 60%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또 80%가 다 되는 사람들이 1차 접종 완료 후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나라, 캐나다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6월, 화이자로 1차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한국이나 캐나다 뉴스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부작용 사례에 조금 긴장되기도 했지만, 막상 백신을 맞으러 가 보니 마음이 확 놓였습니다. 캐나다답지 않은 체계적인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7년을 살면서 여러 차례 느꼈지만, 캐나다는 세련된 맛을 찾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좋게 말하면 클래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구식입니다. 병원도, 은행도, 관공서도, 학교에서도 모두 그렇습니다. 느린 것은 당연하고 약간은 주먹구구식이라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만은 달랐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백신 접종 장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하는 장소는 몇 년 전 BTS가 첫 캐나다 공연을 했을 정도로 아주 넓은 장소입니다. 그 넓은 곳이 마치 드론 샷처럼 한눈에 담겨 보였습니다. 띄엄띄엄 앉아 대기 중인 의료진과 구급대원, 안내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등, 그들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니 그 지하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모두의 수고와 고생, 그리고 이제는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그랬나 봅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약간의 불안과 약간의 희망, 두 가지의 감정이 동시에 얼굴에 비쳐 보였습니다.
직접 그곳에 내려가 절차를 밟는 동안은 더욱 안심이 되었습니다.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을 구분하여 통제하고, 여러 절차를 거쳐 본인 확인을 했습니다. 주사를 맞기 전에는 의료진과 현재 건강상태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혹시 모를 부작용과 대처방법도 안내해 주었습니다. 접종 후에는 15분 대기하며 이상반응이 없는지 살피고 2차 접종을 예약했습니다. 네, 뭐 당연한 거죠ㅎㅎ 한국이라면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냥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믿음이 갔습니다. 기대치가 낮았던 것이 제게는 오히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간호사 실수로 백신 대신 식염수 주사를 놓았던 일이 있었거든요. 발칵 뒤집혀야 할 사고 같은데 네, 여기는 그냥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입니다.
참, 백신 접종을 할 때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많은 지인들에게 주사를 '던지듯이' 놓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다른 주사와는 다르게 주사 바늘이 던지듯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주사를 놓는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2차는 화이자가 아닌 모더나로 맞게 되었습니다. 교차 접종해도 괜찮은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 합니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딸아이 예방접종을 할 때는 같은 예방주사라도 국가별로 백신 종류가 달라 꼼꼼히 살펴보고 맞아야 했는데 뭔가 찜찜했습니다. 너희 또 주먹구구 아니지, 의심스러웠지만 그때는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정부가 괜찮다고 발표했으니 믿어보기로 합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백신을 맞을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를 위해 빨리 접종하자는 분위기입니다. 만 12세 이상 어린이들도 6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1년 반 동안 온라인 스쿨을 하던 학생들도 9월부터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함입니다. 같은 북미권 국가인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캐나다 사람들은 보다 정부를 신뢰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정부 지침에도 잘 따르려 하는 편입니다. 미국에서는 백신이나 마스크의 효과를 부정하고 개인의 선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던데, 그래도 제가 느끼기에 지금 캐나다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보다는 사회 공동체를 위한 결정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 한 가지, 위 사진처럼 예나 지금이나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점은 여전합니다. 막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 나갔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본 적이 있었어요. 마스크는 심각한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죠. 실내 마스크 착용도 코로나가 시작되고 꽤 시간이 흐른 시점이 되어서야 의무화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관념 하나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졌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정말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모두 실내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야외에서는 여전히 노 마스크입니다. 열 명 중 한 명도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했을 때에도 야외 공원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야외는 공기 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부가 쓰라고 권고했는데 안 쓰는 건 아니고요, 정부 역시 환기만 잘 되는 곳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발표한 9월 등교 계획에서도 야외 리세스(중간놀이) 시간에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되어있었습니다.
한국은 상황이 한참 좋아지는 것 같더니 요즘 다시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는 이제야 코로나가 시작한 이래, 가장 나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춰버렸던 락다운 이후 1단계부터 차차 좋아져 지금은 코로나 대응 3단계 상황입니다. 드디어 식당 안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고, Gym도 문을 열었습니다. 주마다 봉쇄되었던 주 경계도 다시 자동차가 오갈 수 있게 되었고요.
그렇다고 아주 불안함이 가신 것은 아닙니다.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를 대비한 부스터 샷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즐기지 않으면 이제는 사람들이 정말 견디지 못할까 봐 여름 두 달, 규제를 좀 더 완화해준 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워낙 겨울이 길어서 여름만 바라보며 일 년을 사는 나라니까요.
저희 가족은 이곳 시민권자도, 영주권자도 아닙니다. OHIP이라고 불리는 의료보험 카드도 없는 외국인 유학생 혹은 노동자일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에 대해 자국민과 똑같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죠. 캐나다 사람들이 개인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며, 그들이 가진 아주 오랜 관념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정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저희 가족도 정부의 판단과 결정을 믿고 그 권고를 잘 따라가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좋아질 거라는 기대로 버텨보는 거죠. 한국도 캐나다도 하루빨리 Back to Normal!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