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
당신이 만약 드라마 PD라면 이 못생긴 여자 캐릭터를 어떤 모습으로 등장시킬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악성 곱슬이었다.
좀 많이 섭섭한 아빠의 유전자 탓에 역변해버리고 말았다는 설명과 함께.
그녀의 등장 씬은 꽤나 강렬했다.
홍조 가득한 얼굴에 부스스한 곱슬머리.
한 인간의 생에서 외모 정체기를 꼽자면,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이 아닐까.
'삭발 머리에도 굴욕 없음'
'임신해도 빛나는 외모'
이런 연예인 기사 제목에는 '그런 모습은 예쁘기 힘들다'는 의미가 숨어있는 것이다.
내가 임신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도 싶다.
임신을 하면서 곱슬머리를 펴는 매직스트레이트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나를 치장해 주던 것으로 더 이상 내 본래 모습을 가릴 수 없었다.
엄마 아빠에게 물려받아 세상에 나올 때부터 결정되어 있던 원래 나의 곱슬머리가 포장지를 벗기듯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은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 있다.
그림 속 비너스는 몇 세기동안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사랑받아 온 미의 여신이다.
그런데 그림 속 비너스를 보라.
그녀는 분명 곱슬머리이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컬이 느슨해지는 것. 컬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2~3가지 컬 타입이 나오는 것. 이는 인위적인 파마머리와 구별되는 천연 곱슬머리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곱슬머리 여신이라니!
'곱슬머리'와 '여신'이 다소 어울리지 않게 들렸다면,
그것은 아마 우리가 곱슬머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곱슬머리 바이블이라 불리는 Lorraine Massey의 'Curly Girl: The Handbook'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매직 펌으로 곧게 펴져야 할 것은 당신의 머리카락이 아니라 생각이다.
(It's your head, not your hair, that needs straightening.)
그렇다.
있는 그대로 예쁠 수 있는 곱슬머리를 '못생김'의 상징으로 생각해 왔던 것은 곱슬머리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CGM(곱슬머리 찐 루틴)을 알게 된다면,
분명 우리가 가져왔던 곱슬머리에 대한 편견이 스트레이트 되기 시작할 것이다.
혹시나 여전히 곱슬머리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부스스한 삼각김밥 머리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CGM을 알지 못했던 학창 시절에는 삼각김밥 머리를 면치 못했다.
(짧으면 삼각김밥, 길면 해그리드... 다 그렇지 않았나요ㅠㅠ)
그러나 그 삼각김밥 머리도 곱슬머리 탓이 결코 아니다!
건강하게 관리한 곱슬머리는 결코 부스스한 삼각김밥이 되지 않는다.
다음 장에서 삼각김밥 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