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운 우리 곱슬머리

'곱슬머리 한국여자 탈매직 성공기'-여는글

by 한사랑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의 새끼 오리는 그야말로 미운 아이였다.

새끼 오리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새끼 오리는 몇 번이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 모습은 정말 사랑받지 못할 만하다고.


나의 곱슬머리도 그랬다.

거울 속 푸석푸석한 곱슬머리는 촌스러웠다.

곱슬머리가 예쁘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는 난감한 표정을 했고, 꼬부라진 머리는 친구들의 놀림감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늘 머리를 묶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틈만 나면 매직 스트레이트 펌을 했다.

곱슬머리는 세상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의 곱슬머리는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

아니, 혹자는 여전히 예쁜 것은 아니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상관없다.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에 들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나는 돈도, 시간도 많이 들었던 매직 스트레이트 펌에서 해방되었다.

어떻게 하면 곱슬머리가 특별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곱슬머리를 곱슬머리답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쓸 이 책에 그 비밀을 담을 예정이다.

모근에서부터 휘어져 나오는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이 될 것이다.

각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사랑스러운 컬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고데기로 바짝 구워 펴야 하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자신의 곱슬머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1.jpg 나의 천연 곱슬머리. 어쩜 저렇게 예쁜 컬을 가지고 자라주는지 고마울 지경이다.


(덧붙이는 말)

부디 저 작가만 복 받아서 저런 컬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길 당부한다.

나 역시 매직을 하지 않고서는 6개월도 버티지 못하는, 평범한 곱슬머리 한국여자였음을 밝힌다.

이 새로운 세계에 꼭 입성해보시기를.

그 누구의 '미운 우리 곱슬머리'라도 백조가 될 준비를 마친 것이므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