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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May 27. 2020

그래서 캐나다에선 우리 아이가 몇 학년 몇 반인데요?

캐나다 초등학교의 복식학급(combinded class) 편성

 캐나다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 등록을 하고 나면 학년 및 반 배정을 받는다. 사립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해당 학년에 자리가 없는 경우에 한 학년 아래 혹은 위로 배정하기도 하지만, 모든 캐나다의 공립 초등학교는 태어난 해(year)에 따라 학년을 배정한다.


 아래 Ocean Cliff Elementary School의 2019/2020년 학급배정을 살펴보자.


Kindergarten(division 1)

Kindergarten/Grade 1(division 2)

Grade 1(division3)

Grade 1/2(division4)

Grade 2/3(division5)

Grade 3(division6)

Grade 3(division7)

Grade 4(division8)

Grade 4(division9)

Grade 5(division10)

Grade 5(division11)

Grade 6(French immersion class, division 12)

Grade 6/7(division13)

Grade 6/7(division14)


 위 학급편성을 보면 모든 학급이 한국 초등학교처럼 '몇 학년 몇 반'으로 편성된 것이 아니라 학년에 상관없이 Division으로 편성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많은 학급이 단식학급이 아닌 '복식학급'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복식학급(combinded class)이란
연속되는 두 개 이상의 학년이 한 반으로 편성된 학급 형태를 의미한다.


 이 학교에서는 유치원(만 4세~5세)과 1학년(만 6세)도 한 반으로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반에 4세부터 6세까지. 크게는 만 3년까지 나이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캐나다 학교에는 복식학급이 많기 때문에 각 학년과 그에 따른 학급으로 학급편성을 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사람에게는 '몇 학년 몇 반'의 개념이 없으니 생소하기만 하다.


그럼 우리 아이는 도대체
몇 학년 몇 반인 걸까?
또 어떻게 물어보아야 할까?


 한국의 초등 5, 6학년 영어교육과정에 학년을 묻고 답하는 내용이 있다.

어떤 선생님들은 한국 문화에 맞추어 ‘I’m in 6 grade and second class.’(나는 6학년 2반이야.)라는 표현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캐나다 영어문화권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 아이가 '몇 반'인 지 묻고 싶다면 '누구의' 반인지 물어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학급편성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Division이라는 표현도 있다. 하지만 이 단어는 학교에서 각 학급을 지칭하기 위해 편의상 쓰이는 개념이지 일상 대화에서 '반'의 개념으로 쓰이는 표현은 아니다. 나 또한 캐나다에서 학부모로 지낸 지난 2년간, 내 아이가 어떤 division인지 한 번도 안내받은 적이 없다.


 그러니 '학년'을 묻고 답할 때는 많은 초등영어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What grade are you in?으로 묻고 ‘I'm in 6 grade.'로 답하는 것이 맞지만,


학급' 묻고 답하는 표현을 가르칠 때는
‘Whose class are you in?'으로 묻고
 ‘I'm in Ms. Kim’s class.’라고 답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 영어교과의 주된 목적은 의사소통기능 향상이므로 영어권에서 실제로 쓰이는 표현을 가르치는 것이 교과 목적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학급 및 반 배정을 받은 후에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왜 굳이 복식학급?'


이라는 질문이 뒤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자녀가 신체적으로 왜소하거나, 소극적인 성향이라거나, 학업성취 수준이 낮은 편이라면 한 살 많은 학급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반대로 자녀가 신체적,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학업성취도가 높은 편이라면 학교생활이 지루하지는 않을지,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에게 흥미로우면서도 도전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염려될 것이다.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복식학급 편성에 대해, 각 학교에 존재하는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교내 모든 학급을 알맞은 규모로 편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http://www.edu.gov.on.ca)


 즉, 학년을 섞음으로써 학급당 학생 수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했던 Ocean Cliff Elementary School의 학급배정을 보면,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 수가 다른 학년 학생 수보다 많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1학년 학생이 유치원 및 2학년과 합반이 되어있고 1학년 단일학급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철저하게 학년제로 학급을 구성했다면 1학년은 학급 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은 학급당 학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학년과 3학년 복식학급. 칠판에 학급 전체가 해야 할 일을 포함, 학년별로 서로 다른 과제가 안내되어 있다.


 나는 한국에서 각 학년당 한 학급만 있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학급당 학생수의 불균형이 심했다.


한국 시골의 작은 학교는 학급당 학생수의 불균형, 성비의 불균형이 심한 편이다.


 당시 정책상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어야 두 반으로 나누어질 수 있었다. 나뉘지 못한 6학년은 덩치도 큰 스물아홉 명이 한 교실에서 북적북적하며 지냈다. 반면 3학년은 총 15명이었다. 게다가 성비의 불균형도 심했다. 3학년 15명 중 여학생은 단 2명인 반면,  2학년은 스무 명이 넘는 학생 중에 남학생이 단 3명이었다.


캐나다 학교였다면 Ocean Cliff  Elementary School처럼 복식학급으로 구성하여

학급당 학생수 및 성비의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복식학급이 주는 유익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교과적인 측면에서는 Language와 Reading부분에서 복식학급에 속한 학생들에게 더 나은 배움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다양한 수준의 친구들을 통한 학습동기 증진

또래집단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움


두 번째로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사회적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복식학급 환경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실제 사회환경과 비슷함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확장시킴

공동체 안 문제해결능력 및 사회적 기술 성장

출처: study.com




 그렇다면 교사들은 어떻게 한 번에 두 학년을 가르칠까?  과연 한정된 공간, 한정된 시간 안에 두 학년 모두에게 충분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교육과정을 토대로 재구성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에서 안내한 학년 별 성취 수준을 토대로 1년 동안 가르칠 내용과 방법, 순서부터 평가까지 교사가 온전히 구성한다.


모든 교사들이 맡은 학년에서만큼은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이미 가지고 있다.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국정교과서처럼 따로 정해진 교과서가 없다. 교사가 각 과목에 필요한 도서를 직접 선정하여 사용한다.

그러니 경력이 오래된 교사일수록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담긴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이 교육과정 안에는 학년이 시작하기 전, 복식학급에 대한 철저한 교육계획이 담겨 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자료와 교육전략, 교육활동 아이디어 등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 차원에서도 교사들이 복식학급 내 다양한 범위의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온타리오 내 모든 교사들에게 '차별화 교육'에 대한 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차별화 교육(differentiating instructio)이란 다양한 학습자 모두가 각자의 필요에 맞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사가 교육자료와 방법, 평가방식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제공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캐나다 교실은 과목에 따라 교실 형태가 다양하게 바뀐다. 성취 수준이 비교적 뚜렷하지 않은 Health, Art, Physical education 같은 과목은 학년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지만 Language, Math와 같이 학년 별 성취목표가 뚜렷한 경우에는 교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교사가 계획에 따라 나누어놓은 그룹별로
서로 다른 것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그룹끼리, 짝끼리 혹은 개인별로 각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한다. 6학년 수학 시간에 3명의 학생이 아예 교실 뒤편에 책상을 옮겨 따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년 수준보다 수학이 앞서 있어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준비한 extra challenge 문제들을 각자 학습하는 것이었다.


유치원/1학년 복식학급(오른쪽위). 그룹별로 나뉘어 서로 다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이 캐나다 복식학급의 수업을 처음 본다면 시끄럽고 정돈되지 않은 수업이라 느낄지 모르겠다. 그러나 깊이 있게 수업의 처음과 끝을 오랜 기간 관찰하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섬세한 분석과 계획에 따라, 학년과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과제를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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