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냐 자연치료냐
육아관에 대해 우리 부부는 크게 이견이 없다. 오냐오냐 하다간 망나니로 키울 수 있기에 둘 다 엄격할 때는 철저하게 같은 마음으로 훈육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질병을 대하는 태도에서 매우 달랐다. 남편은 아프면 병원을 갔다. 건강검진도 추가 비용을 내서라도 면밀히 검사를 받았다. 나의 경우, 충분한 수면과 양질의 음식으로 질병을 회복해 보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도시남자와 시골여자의 조합이라 그랬을까?
아이가 태어나서 돌이 될 때까지 주양육자는 나였다. 사실 아이는 6개월 정도까지는 엄마 뱃속에서 받은 면역력으로 건강하게 지낸다고 한다. 감사하게 크게 아프지 않았다. 6개월 후부터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살이 겹쳐지는 곳에 가려움도 생겼다. 콧물이 나면 닦아주고, 기침을 하면 따뜻한 물을 주는 정도였다. 때문에 최대한 좋은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자 했고, 나쁜 간식은 일절 주지 않았다.
남편은 달랐다.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바로 병원으로 갔고, 입원을 시키기도 했다. 내 눈에는 입원한 아이가 왜 멀쩡하게 보였는지 2~3일 후에 퇴원을 하겠다고 밀어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가치관은 아이가 아플 때면 화를 불러왔다. 24개월이 지났을까?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해열제도 말을 안 들었다. 남편의 설득으로 우리는 한밤중에 응급실로 향했다. 아이에게 고열은 얼마나 치명적인 줄 안다.
응급실에서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더니 '돌발진'이라 했다. 아이가 한 뼘 성장하기 위해 돌발 진이 생기는 것으로 보이니 조금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참 의사님'이라며 과잉 진료하지 않고 놀란 부모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어 매우 고마웠더랬다. 그러나 남편은 달랐다. "병원에서 어떻게 아무런 처방도 해주지 않냐?" 역정을 내었다.
덕분에 우리는 다음 날 소아과로 향했다. 그 어린아이에게서 혈액을 채취했고, 코에 막대를 쑤셔 넣는 등 다양한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 '이상 없음'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회복이 되었다. 물론 다양한 검사는 초보 부모에게 안심을 주었다. 고열이 나서 떨어지지 않을 때, 부모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검사와 독한 약이 싫었던 것 같다.
해외에서도 아이가 아픈 적이 있었다. 열이 났기에 물수건을 해주었고, 해열제를 먹였다. 식음을 전폐하고 자길래 충분히 잠을 자도록 했고, 미소된장국 등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먹였다. 그렇게 2~3일이 지나도 호전이 없자 역시 남편은 우리를 이끌고 병원을 향했다. 결과, B형 독감이었다. 그 이후 독감이 오는 것 같다며 바로 병원 가서 검사하고 주사 맞은 남편은 이틀 후 멀쩡했다. 나는 독감에 전염된 줄도 모르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으로 버티다가 한 달 넘게 고생한 경험이 있다.
결국은 병원을 가라는 남편의 말을 존중하게 되었다. 남편이 알아서 병원에 데려가니 감사하기도 하고 나도 웬만해서는 약을 먹이려고 한다. 잘못했다간 병원 키우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친정엄마와 또는 남편과 이렇게 다른 가치관을 충돌이 있을 때가 있다. 그 가치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쉽게 변화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조율해 가며 접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